ㆍ차량 고정·부품 검사 등은 개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오전 9시. 전남 목포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제주로 향하는 1만5000t급 연안여객선 씨스타크루즈호가 출항했다. 형형색색 등산복 차림의 40·50대들이 줄지어 승선했지만 선내는 예상외로 조용했다. 대전에 사는 황효수씨(73)는 “두어 달에 한 번씩 배를 타고 제주 여행을 한다”며 “세월호 참사 전보다 승객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 1935명의 씨스타크루즈호에는 이날 679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해양수산부는 2013년 1606만명이던 여객선 이용객 수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1427만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4월부터 여객선 안전 점검을 위해 배치한 해사안전감독관과 함께 선내 곳곳을 돌아봤다. 엔진 주조종실에서는 모든 기계들이 2대씩 배치돼 1대에 문제가 생겨도 곧바로 가동할 수 있다고 선박 관계자는 설명했다. 1~2층에 실린 차량 201대는 쇠사슬로 바닥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한 승무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더욱 신경 써 차량을 고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오락실 내 비상구가 오락기에 막혀 있다. 다른 출입구엔 비상구 표시등이 없다.


갑판에는 비상시 사용하는 구명뗏목과 하강장치가 눈에 띄었다. 구명뗏목은 비상시 완벽하게 펴지는지 1년에 한 번씩 성능 검사를 실시한다. 선내에는 뗏목이 10~20여개씩 설치된 비상집합장소가 8곳 있었다. 김철수 선장은 “배가 올해로 25년 됐지만, 매년 부품 검사를 하는 등 관리가 철저하다”며 “세월호 참사는 과적과 선원들의 잘못된 대처가 부른 인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우려되는 점도 눈에 띄었다. 출항 전후 비상탈출 방법 등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지만 일부 객실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다. 방송이 잘 들리는 객실에서도 대다수 승객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중국인 승객들도 적잖게 보였지만 외국어 방송은 없었다. 

이륙 전 2개 국어 이상으로 비상시 대응 요령을 방송하는 항공기와 대비됐다.

스위트룸, 가족실, 1인실이 있는 6층에는 복도 하단에 비상탈출 방향을 안내하는 형광띠가 둘러져 있었다. 비상시 조명이 꺼졌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승객이 있는 4층 일반실 복도에는 형광띠가 없었다. 선내 오락실 출입구에는 비상구 표시가 없었고, 오락실 내부에 ‘비상구’ 표시가 있는 문은 오락기에 막혀 있었다.

<목포·제주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