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흑인 청년들이 고급 쇼핑몰에서 벌이는 플래시몹 ‘홀레지뉴(rolezinho)’가 주목받고 있다. ‘작은 소동’이라는 뜻의 홀레지뉴는 지난달 상파울루의 한 쇼핑몰에서 시작됐다. 이후 브라질리아, 리우데자네이루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줄지어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거나, 펑크 음악을 틀거나 노래하기도 하고, “월드컵 반대. 부르주아에게 경고한다” 등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구호가 나오기도 한다.

홀레지뉴에 참여하는 이들은 주로 브라질 도시 외곽 빈민가에 사는 흑인 청년들이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최자가 모임을 공지하면 여러 명이 신청 의사를 밝히고 참여하는 식으로 모임이 이뤄진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쇼핑몰에서 지난 19일에 홀레지뉴를 하겠다는 공지가 페이스북에 게재되자 9000여명이 이 모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쇼핑몰이 일시 휴업을 선언했지만, 닫힌 쇼핑몰 문 앞에 100여명이 모여 행사를 벌였다고 현지 폴랴데상파울루가 전했다.

홀레지뉴는 브라질 흑인들이 처한 현실과 관계있다. 브라질에 살고 있는 흑인 약 9000만명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차별받고 있다. 19일 열린 홀레지뉴에 참여한 히카르두 타르히노(33)는 “이 나라의 백인 엘리트들은 도시 외곽 흑인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하니에르 페레르(23)는 “백인들은 쇼핑몰에서 소비를 하지만, 일하는 것은 빈민가 흑인들”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홀레지뉴는 브라질 전체의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1일에는 상파울루 한 쇼핑몰에서 벌어진 홀레지뉴에 헌병대가 최루탄과 고무 탄환을 사용한 진압을 펼쳐 논란이 됐다. 소핑몰 측이 참가자들이 절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정부 측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14일 홀레지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홀레지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상파울루시 공안담당관은 “범죄가 아닌 문화적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인 사회민주당 소속 한 상원의원은 “받아들일 수 없는 모임”이라고 현지 일간 발로르이코노미코에 말했다. 가디언은 “홀레지뉴는 지난해 6월 브라질 전역에서 100만명이 길거리에 모인 이후 사라졌던 대규모 시위의 원동력을 다시 일으켰다”고 평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