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 랠리’에 참가한 한 선수가 17일(현지시간) 먼지를 휘날리며 대회 구간을 달리고 있다 라세레나|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일대를 가로지르는 ‘다카르 랠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칠레에서 나오고 있다. 다카르 랠리 때문에 칠레의 고고학적 유산들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 현지 산티아고타임스는 칠레 고고학자협회, 국가유산위원회, 민주당 상원의원 귀도 지라디 등이 다카르 랠리 이후 경주 구간에 있는 고고학적 유적의 피해 현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카르 랠리 경주 구간에는 ‘미스터리 라인’이라 불리는 대형 그림과, 잉카 문명의 유물, 유럽국가들의 남미 정복 이전 시기의 유물과 화석 등이 있다. 대회 구간에 있는 고고학적 유산들이 입을 피해가 우려된다며 고고학자협회 등이 대회 금지 탄원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칠레 대법원은 지난 8일 이를 기각했다.

고고학자협회는 대회 구간이 환경영향조사없이 정해졌다고 비난했다. 대회 주최측은 “국가유산위원회가 대회 경주 구간을 결정하는 데 자문했다”며 고고학자협회의 비난에 맞받아쳤다. 그러자 고고학자협회 관계자는 “유산지역에 대한 피해를 확인하는 방법은 환경영향조사뿐”이라고 산티아고타임스에 말했다. 다카르 랠리 참가차량들은 명확한 주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중간 지점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대회를 치른다. 이에 지라디는 17일 다카르 랠리 경주 구간을 더 정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가유산위원회의 조사 결과 다카르 랠리가 고고학적 유산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디언이 입수한 국가유산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존이 필요한 칠레 역사 유적 283개중 44.5%가 2011년 열린 다카르 랠리 경주 이후 훼손됐다. 칠레 코킴보 지역에 있는 4000년전 어촌 유적지는 50%이상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국가유산위원회가 2009년과 10년에 걸쳐 일어난 피해규모를 3억5000만 페소(약 6억9000만원)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들이 칠레 체육부로부터 받은 배상금이 피해규모의 9분의 1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다카르 랠리는 1979년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세네갈 수도 다카르까지 1만㎞ 거리의 구간을 오토바이, 자동차 등 182대가 달린 경주에서 시작됐다. 매년 열리는 이 대회는 경주 구간이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게 돼 있고, 사막을 지나며 중간에 사망자들이 발생해 ‘죽음의 레이스’라고도 불렸다. 2008년 모리타니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안보 상황이 불안해지며 한 차례 대회가 취소된 뒤, 2009년부터는 남미에서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오토바이, 자동차 등 500여대가 참가한 이번 대회에는 아르헨티나 산타페주 호사리오에서 출발해 칠레 발파라이소에서 대회가 끝났다. 13일간의 경주 중 8일째부터는 칠레에서 경주가 펼쳐졌으며, 칠레 북부에서 중부로 이동하며 참가자들은 아타카마 사막을 가로질렀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