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했던 미국인 제프리 파울, 케네스 배, 매튜 토드 밀러가 최근 모두 본국으로 송환된 가운데, 자신이 불법으로 북에 입경했다는 미국인이 등장했다. 그러나 북한 정부에 의해 강제 억류된 기존 미국인들과는 달리 입북을 자청했다는 그가 왜, 어떻게 입북했는지는 아무것도 알려지 않았다.

텍사스주 엘패소 출신의 아르투로 피에르 마르티네스(29)가 14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북한의 북한 불법 입국 사실을 밝혔다고 CNN과 AP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정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마르티네스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자 및 언론인으로 보이는 수십명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



불법입북 미국인 아르투로 피에르 마르티네스(가운데)가 14일 오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CNN 캡처 (http://edition.cnn.com/2014/12/13/world/asia/amercan-north-korea/index.html)



마르티네스는 자신이 중국과의 국경을 넘어 입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는) 불법을 저질렀지만 처벌은 면제받았으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북한 정부는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이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 석방을 협상하러 평양에 도착한 지 이틀 뒤에 마르티네스가 입북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마르티네스의 입북일은 지난달 9일이다. 그러나 마르티네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북한에 들어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입북 동기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어머니인 파트리시아 에우헤니아 마르티네스는 “아들이 조울증을 앓았으며 과거에도 헤엄쳐 입북을 시도했다 미국으로 송환된 적이 있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아들이 캘리포니아 정신병원에서 조울증 치료를 받다 곧 퇴원했다. 평소 라틴계 주민 보호 운동을 하고 싶어했고, 전세계와 세계인들에 대해 고민해왔다”고 덧붙였다. 아들 마르티네스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음에는 한강을 통해, 이후에는 압록강을 통해 입북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아르투로 피에르 마르티네스가 1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마르티네스를 정권 선전용으로 이용했을 수 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기자회견 내내 마르티네스는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불법적인 이라크 전쟁을 벌인 미국의 움직임은 마치 마피아 기업같다”며 “미국이 전략적으로 보유한 경제적인 몫이 있는데도 다른 나라의 소규모 기업, 개인의 자원을 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선거 제도는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부자들에게 유리한 구조”라며 “백만장자들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반사회적인 과대망상에 빠져있다”고도 했다.

다만 마르티네스는 기자회견 도중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이 코카인 거래에도 가담했다는 주장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마르티네스는 곧 북한에서 풀려나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신청하겠다고 했지만, 그가 북한 내에서 법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