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찰기가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지난 4월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녀들 수십명을 발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납치 여학생들이 아직까지는 보코하람의 협박대로 강제 결혼을 당하거나 성 노예로 판매되지 않았으며, 이들을 구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문은 미군 관계자의 말을 빌려 미국 정찰기가 지난달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한 노지에서 소녀 60~70명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주에는 미국 정찰기가 다른 지역에서 소녀 40여명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두 차례 발견된 소녀들이 같은 집단에 소속됐는지,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학생들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군 관계자는 “공개된 공간에 여학생들이 무리지어 있는 것은 흔치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나이지리아 정부는 발견된 여학생들이 지난 4월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학생들이라 믿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276명의 나이지리아 여학생을 인질로 붙잡고 있는 보코하람의 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에 따라 나이지리아에서는 납치 여학생들을 구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커지게 됐다. 이미 트위터 해시태그 ‘#BringBackOurGirls(우리 소녀들을 되찾자)’가 이용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쓰이는 등, 납치 여학생을 구출해야 한다는 여론은 전세계적으로 높다. 그러나 구출 작전을 주도해야 할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유독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조너선 대통령은 해당 보도가 나간 직후 “정부는 소녀들을 구출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말하면서도, 구출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조너선은 이전에도 “소녀들을 구하다 더 많은 사람이 (보코하람에) 희생될 수 있다”며 구출작전 실시는 배제해왔다.

보코하람은 지난 4월24일 북동부 보르노주 치보크에서 여중생 276명을 납치했다. 보코하람 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소녀들을 조직원들과 강제 결혼시키거나 성노예로 팔 것이라고 협박하며 “납치 여학생들과 나이지리아에 붙잡힌 보코하람 조직원들을 교환하자”고 주장해오고 있다. 그러나 조너선은 납치 여학생 구출 작전도 벌이지도 않고, 보코하람 조직원과의 교환도 응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수도 아부자에서는 수십명이 정부의 납치 여학생 구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