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위키피디아


30년전 인도에서 벌어졌던 ‘황금 사원 사건’이 최근 영국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당시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당시 사건과 관련된 기밀 문서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영국의 독립언론인 필 밀러가 13일 영국의 이민 정책을 다루는 ‘추방 금지(Stop Deportion)’라는 블로그에 1984년 2월에 발간됐다는 두 건의 기밀 문서를 올렸다. 총리실에서 발행한 한 문서에는 “황금 사원에서 시크교도들을 몰아내기 위해 인도 정부가 영국의 조언을 받으려고 제안했는데, 대처 총리가 이 제안을 찬성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영국 외교부발의 다른 문서에는 “SAD 관계자가 인도를 방문해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의 승인을 받은 계획에 대처 총리가 동의했다”는 부분이 있다. ‘SAD’는 영국 특수부대인 SAS의 잘못된 표기로 보인다고 BBC가 전했다.

황금 사원 사건을 직접 이끌었던 쿨딥 싱 브라르 인도 육군 예비역 중장은 영국 정부의 개입에 대한 BBC의 물음에 “들어본 적도 없고 언급할 것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사태 수습에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4일 제러미 헤이우드 행정장관에게 해당 기밀 문서의 진위여부와 대처 정부의 사건 연루에 대한 긴급조사를 지시했다.

‘황금 사원 사건’은 인도 펀자브주 암리차르에 있는 시크교 성지 ‘하르만디르 사히브(신의 거처)’에서 1984년 6월 벌어진 사건이다. ‘황금 사원’으로도 알려진 이 곳에 인디라 간디 당시 인도 총리는 시크교 지도자인 저넬 싱과 시크교 분리주의자들을 진압하겠다는 명목으로 인도군 병력을 동원했다. 인도정부는 당시 사건으로 발생한 사상자가 400여명이라고 밝혔지만, 시크교도들은 당시 사원을 방문객들을 포함해 수천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밀 문서의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인권과는 거리를 뒀던 대처의 외교 정책이 또다시 불명예를 안게 된다. 대처는 1987년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하던 아프리카국민회의(ANC)를 “전형적인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학살을 벌인 크메르 루주 정권이 캄보디아-베트남 전쟁에서 패해 축출된 뒤에는 이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크메르 루주 집권 이후 지금의 캄보디아에 공산 정권 캄포치아공화국이 들어서자, 공산 정권에 반대하는 민주캄포치아연합정부의 군사훈련을 지원하려 대처 행정부가 SAS를 파견했다는 의혹도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