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시민 학살 부르는 군특별법 폐지” 주장에 경찰이 감금·강제급식… 자살미수 혐의 결국 무죄

스물여덟 살의 여성 인권운동가는 시민을 이유없이 사살한 공권력에 맞서 단식을 시작했다. 주 경찰은 ‘자살미수 혐의’를 들어 그를 체포했다. 붙잡힌 뒤에도 단식투쟁을 계속하자 경찰은 ‘강제급식’을 해가며 그를 정부 병원에 감금했다. 단식과 강제급식 속에서 14년을 보내고서야, 이 여성은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됐다.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의 ‘철의 여인’ 이롬 샤르밀라(42)의 이야기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은 19일 마니푸르주 임팔 지방법원이 샤르밀라의 자살미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경찰에 석방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14년간 샤르밀라를 구금해온 법적 근거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샤르밀라가 단식으로 자살을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 형법상 자살미수의 최대 형량은 1년이다. 경찰은 기소도 하지 않으면서 샤르밀라를 병원에 가두고, 1년이 지나면 내보냈다가 이튿날 다시 체포하는 짓을 14년간 반복했다. 샤르밀라의 변호인은 “그가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됐다”고 말했다.

샤르밀라의 단식은 2000년 11월2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마니푸르주 말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인도 정부군이 이유 없이 시민 10명을 사살했다. 이를 지켜본 샤르밀라는 공권력의 권한 남용에 분개했고, 그날로 군특권법(AFSPA) 폐지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군특권법에 따르면 인도 정부군은 영토분쟁 지역에서 작전 중 벌인 행동에 대해 처벌받지 않으며, 영장 발부 없이도 누구든 체포할 수 있다.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군인들은 이 법에 따라 아무 처벌을 받지 않았다. 파키스탄과의 분쟁지역인 잠무카슈미르와 펀자브 등 변경지대에서는 군인들이 군특권법을 남용해 주민들을 억압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잦았다. 미얀마와 인접한 마니푸르에서도 군이 인권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경찰은 단식 사흘 만에 샤르밀라를 체포했다. 경찰은 그를 정부 병원에 보낸 뒤 물조차 입에 대지 않던 샤르밀라의 코에 호스를 꼽고 영양분을 주입하는 강제급식을 했다. 샤르밀라가 “나는 군특권법 폐지를 원할 뿐이며 자살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단식투쟁이 길어지면서 샤르밀라는 마하트마 간디 같은 ‘비폭력 투사’로 유명세를 탔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 여성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가 2006년 샤르밀라를 찾아오기도 했다. 지난 5월 총선 때에는 국민의회와 암아드미당이 그를 후보로 끌어들이려 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가 석방 캠페인을 벌이는 등 반대 여론이 들끓자 경찰은 지난 5월 처음으로 법원에 기소장을 냈다. 법원은 샤르밀라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일간 DNA 등은 샤르밀라가 판결 이후에도 계속 단식을 할 것이며, 가족들은 그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샤르밀라가 주장해온 군특권법 폐지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