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의 잿더미 위에서 스타트업이 피어났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휴대폰 제조기업 노키아가 쓰러지자 핀란드 경제도 함께 무너지리란 우려가 컸지만 연착륙에 성공했다. 사회안전망과 정부의 중소기업·스타트업 지원책, 기업의 창업 지원책 등 민관의 공동대응이 충격을 소화한 것이다.

25일 대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노키아의 순이익은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 수출액은 2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시장의 흐름에 뒤처져 붕괴했지만 핀란드 경제에 미친 충격은 크지 않았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노키아가 차지했던 비중을 빠르게 메우면서 ‘안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분야 중소기업의 부가가치는 2009~2012년 사이 9%가 증가했고 고용도 6% 늘었다. 1994년에는 핀란드 취업자의 57%가 중소기업에 다녔으나 이 비중은 2012년 64%까지 늘었다.

핀란드 경제 연착륙의 일등공신은 탄탄한 사회안전망이다. 핀란드의 실업급여는 퇴직 후 휴일을 제외한 500일간 지급된다. 실업자들은 약 2년간 직업훈련도 받게 된다. 2014년 핀란드의 실직 후 2주 때 소득대체율은 80%에 달한다. 이는 시민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하는 밑거름이 됐다.

노키아는 ‘브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창업을 지원했다. 심사를 거쳐 1인당 2만5000유로의 자금을 지원했고, 노키아가 보유한 기술의 특허사용료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정부도 창업교육 및 산학연 지원을 늘리고, 범정부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외국인의 중소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구조개혁 때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막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문화로서 자리 잡게 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