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물가 35% 솟고 암달러 성행… 경제 대수술 필요 지적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급락한 지난 주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상점들은 제품 가격표를 바꿔붙이느라 분주했다. 쿠바산 시가에서부터 아시아에서 들어온 텔레비전까지, 외국산 수입품들은 모두 가격이 급등했다. 주민들은 물가가 더 치솟아 생필품마저 못 사는 상황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

물가는 2011년과 2012년 연달아 25%씩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1%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최대 35%까지 올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27일 “생필품 공급만큼은 문제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으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고 라프렌사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암달러가 워낙 많이 유통되다 보니, 현지 언론들은 아예 공식 환율과 암달러 환율을 함께 보도한다. 공식 환율은 1달러당 8페소이지만 28일 현재 암달러 환율은 12페소다.

페소화 가치가 지난주 급락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한 강경책을 발표했다. 해외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쇼핑을 할 경우 구매액수와 품목을 제한하고 구매액의 50%를 세금으로 내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거센 반발과 함께 불안감만 키웠다. 그러자 정부는 주민들이 달러를 더 매입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대책을 새로 내놨다. 월소득 7200페소(약 97만원)가 넘는 사람들은 매달 최대 2000달러까지 매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온라인쇼핑까지 통제한다 해놓고 바로 며칠 뒤 달러매입을 부추기는 정부 조치들이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노동자의 80%는 월소득이 7000페소에 못 미친다. 돈 가진 사람들만 달러를 쟁여놓을 수 있게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위기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같은 경제흐름의 변화 탓이라기보다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의 정책 실패와 정치적 불안정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2007년 집권한 뒤 민영화됐던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재정지출을 늘렸다. 정부부채가 커지자 2008년 농축산물 수출세를 인상하려 했으나 대규모 농민시위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1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갈팡질팡하는 경제정책과 인플레이션 때문에 최근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 

환율이 요동치자 브라질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경제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 외부에 손을 벌리는 것으로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