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이렇다

[4월30일]‘애굽민수’와 함께···영상과 음악으로 생생하게, 이집트를 만나다

윤승민 2025. 5. 4. 10:12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 감수

‘···빛으로 깨어난 고대 문명’ 1일부터

전·후·좌·우·바닥 활용한 몰입형 전시

“이집트 유적 장엄함 느낄 수 있기를”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지난 29일 본인이 감수한 서울 광진구 빛의시어터 ‘파라오의 이집트, 빛으로 깨어난 고대 문명’ 전시장 앞에 서 있다. 이준헌 기자

 

“고대 이집트를 한국의 시민들에게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자세하고 생생하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46)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이집트 고고학자다. 방송·인터넷에서의 왕성한 활동 덕에 ‘애굽민수’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졌다. 곽 소장은 5월1일부터 서울 광진구 빛의시어터에서 열리는 몰입형 전시 ‘파라오의 이집트, 빛으로 깨어난 고대 문명’의 감수를 맡았다.

지난 29일 전시장에서 만난 곽 소장은 전시 감수에 참여한 계기를 묻자“아직 국내에는 이집트학, 이집트 고고학이 학문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해 왔다. 이번 전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오의 이집트, 빛으로 깨어난 고대 문명’ 전 전경 ⓒ TMONET - Theatres des Lumieres

 

이번 전시는 36분 길이 영상을 기반으로 한 몰입형 전시로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도 열렸다. 곽 소장은 전시 영상의 한국어 번역과 전시장 주변 인테리어 및 구성을 도왔다. 전시장에 들어가는 길에는 주한 이집트대사관 등에서 보유한 황금 마스크와 장신구 등 유물 견본들도 함께 전시됐다. 람세스 2세가 건설한 아부 심벨 대신전의 입구를 본뜬 조형물, 람세스 2세의 부인 네페르타리 왕비의 무덤 벽화 모양의 벽지도 볼 수 있다. 곽 소장은 “벽면에 소개된 이집트 주요 왕들의 이름을 표현한 상형문자까지도 꼼꼼하게 재현했다”고 말했다.

원래 전시 제목(파라오의 이집트, 쿠푸에서 람세스 2세까지)을 ‘…빛으로 깨어난 고대 문명’으로 바꾼 데도 곽 소장의 생각이 반영됐다. 그는 “영국이나 프랑스는 동네 박물관에서도 이집트 유물을 볼 수 있고 관련 학문도 잘 발달했다. 10년에 한 번 이집트 유물을 접할까 말까 한 한국과 다르다”며 “한국에서는 관객들에게 이집트 왕의 이름(쿠푸, 람세스)이 와닿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곽 소장은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도 2019년부터 강의를 했고, 2020년부터 이집트의 고대 유적들을 방문하는 고대문명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집트에 직접 가서 고대 유적을 본다면 그 거대함을 보고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느낌이 든다”며 “이번 전시는 몰입형 전시이므로 이집트 유적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 영상은 총면적 4958㎡, 최대 층높이 21m인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영화관처럼 한쪽 면에서만 영상이 나오는 게 아니라, 공연장의 앞·뒤·좌·우와 바닥까지 영상이 비친다. 보는 이들이 이집트 문명 발상지인 나일강 유역과 피라미드·스핑크스를 탐험하는 느낌을 받는다. 유럽 최대 게임사 유비스포트의 3차원 영상도 일부 활용됐다. 록밴드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이 삽입됐으며, 영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오페라 넘버 등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음악들도 귀를 사로잡는다.

‘파라오의 이집트, 빛으로 깨어난 고대 문명’ 전 전경 ⓒ TMONET - Theatres des Lumieres

 

곽 소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이집트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길 바랐다. 그는 “학생들로부터 ‘이집트를 좋아해 공부하고 싶다’는 e메일을 받을 때마다 ‘열심히 하라’고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해서 서글플 때가 있었다”며 “대학교들도 인문학 전공을 줄여가는 중에 이집트학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면 국내에 학문적 기반도 생기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 소장은 “이집트 문명은 인류 최초의 문명 중 하나고, 아직도 많은 자료가 남겨져 있다”며 “연애나 범죄, 파업에 대한 기록들도 확인된다. 현대 사회에서도 성찰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와 한반도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졌지만 그만큼 감정이입 없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이집트 문명을 보며 인류 문명사에서 우리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도 했다.

곽 소장은 “올해는 한국과 이집트의 수교 30주년이라는 점도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고 말했다. 주한 이집트대사관은 이 전시를 후원한다. 전시는 오는 10월31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2만9000원으로, 이 전시와 또 다른 몰입형 전시 ‘이응노 : 위대한 예술적 여정, 서울~파리’를 함께 볼 수 있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지난 29일 본인이 감수한 서울 광진구 빛의시어터 ‘파라오의 이집트, 빛으로 깨어난 고대 문명’ 전시장 앞에 서 있다.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