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그랬다/앵글로아메리카

‘이라크전 상처’가 백악관 담을 넘게 만들었다

윤승민 2014. 9. 23. 10:05

ㆍ무기휴대 참전용사 체포
ㆍ“그는 치료 받아야 할 환자”
ㆍ파병 후유증 사회 문제로

“이라크에서 겪은 일들이 그에게 영향을 줬을 거예요. 그는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지난 19일 한 남성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담장을 넘어 무단 침입을 했다가 체포됐다. 오마르 곤살레스라는 42세 남성이었다. 당시 그가 백악관 주변에 세워둔 차에서는 탄알 800여발과 손도끼 2개, 대형 흉기 등 무기가 대거 발견됐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곤살레스가 두 달 전에도 백악관 내 대통령 관저 지도와 저격용 총을 갖고 다니다가 체포됐다고 22일 밝혔다.

곤살레스의 가족들은 그가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뒤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2006년 곤살레스와 결혼했다가 지난 7월 이혼한 서맨서 머피 벨은 22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곤살레스가 2008년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 권총을 들고 집 주변을 배회하는 등 정신분열증 증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집에다가 온갖 무기를 가져다놓고 언제든 쓸 수 있도록 훈련하는가 하면 총을 들고 집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곤살레스가 파병에서 돌아온 뒤 망가지기 시작했다”면서 “오바마를 해칠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곤살레스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제 폭탄 공격을 받아 발 일부를 절단당하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은 곤살레스가 2006~2008년 이라크에서 육군 특수부대 저격수로 복무했음을 확인했다. 곤살레스는 이라크전 부상 후유증으로 2012년 전역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병들의 귀국 후 폭력범죄와 정신질환 등의 후유증은 이미 미국에선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내 교도소 수감자 10명 중 1명은 대테러전 참전 경험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 4월 텍사스주 포트후드 육군기지에서 무차별 총격사건을 벌인 이반 로페스도 이라크 참전 뒤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람이었다. 미 보훈청 자료에 따르면 매주 참전군인 1000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800명 이상이 우울증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현재 참전병 96만명이 최소 1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