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흰머리를 스타일로 고수하려면 짧게 자르는 게 낫지 않을까.”(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네가 뭔데 내 머리를 자르라 마라 하는거냐.”(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43)이 올해 맞이한 큰 변화가 있다. 프로 구단 감독직을 새로 맡은 것 만큼이나 큰 변화는 머리색이다. ‘돌도사’라는 현역시절 별명이 다시금 연상될 정도로 감독 선임 전보다 백발이 무성하게 늘어났다.
지난 21일부터 열린 ‘2019 부산 서머매치’를 통해 팬들은 하얗게 센 석 감독의 머리를 목격했다. 세 시즌 연속 봄배구 진출에 실패한 데다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홍역을 치렀던 구단의 상황 때문이 아닐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석 감독은 23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유를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석 감독의 머리는 원래 하얗다고 한다.
석 감독은 “저희 아버지도 젊을 때부터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어려서부터 멋있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저는 그동안 염색을 해 가려왔다”고 말했다. 선수생활을 하던 20·30대 때는 실제 나이에 비해 늙어보일까봐 염색을 했고, OK저축은행 코치 시절에도 보좌했던 김세진 감독보다 나이가 들어보이지 않으려 꾸준히 염색을 해왔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어찌보면 감독 생활이 석 감독의 흰 머리를 만들었다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감독 생활을 하다가 염색할 시기를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석 감독은 “염색을 했을 때는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흰 머리가 많아지니까 주변 분들이 저를 대하는 게 달라지더라. 그게 좋아서 ‘염색을 해야하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석 감독과 서머매치를 함께 성사시킨 세 절친 감독들은 한 마디씩 보탰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내가 염색을 하라고 했는데, 석 감독이 지금과 같은 얘기를 하며 안한다고 하더라”며 “생각보다 잘 어울리지 않느냐”고 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도 “본인이 ‘염색하면 나이보다 젊어보이니까 안하려고 한다’며 안하더라”고 했다. 이 말에 최태웅 감독이 “감독 생활하면 자연스럽게 늙는다”고 거들었다. 시즌이 시작되면 어려보일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다.
이 말이 최 감독 옆에 앉은 석 감독은 최 감독의 배를 툭 쳤다. 초-중-고에 이어 대학교(한양대)까지 함께 나온 친구에게 나이에 관련된 핀잔을 듣고 싶지 않다는 투였다. 최 감독이 짧은 머리 스타일을 제안하자 석 감독은 “왜 네가 내 머리를 자르라 마라 하냐”며 투닥댔다. 최 감독은 “취재진이 물어보니까 대답하는 거 아니냐”고 맞서자 회견장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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