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 토론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업계상황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하기 위해 다음달 1일 오후 2시 개최하려던 국회 본회의를 4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했다. 1일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의장을 선출하려던 데서 한 차례 양보에 나선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의 원구성 협상 시간을 마련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양보를 통해 합의 불발시 단독 처리의 명분을 얻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과 보다 지속적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국민의힘이 양보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7월4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하기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제안했음에도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임시국회 회기 첫날인 1일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을 단독으로라도 선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임시국회를 7월1일부터 열어달라는 소집요구서를 제출했고 이춘석 국회사무총장이 임시국회 소집을 공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라도 먼저 선출해서 시급한 민생입법, 안보상황 대응,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소집을 요구했다”면서도 “우리가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하기로 해 놓았고, (본회의 개최일을 미룬) 사이에 설득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원들의 뜻이 확인돼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결정은 국회의장 후보자인 김진표 의원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이) 한 번 더 협상하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냐고 말씀하시니 의원들이 본회의를 연기해도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의장 단독 선출을 위한 ‘명분 쌓기’ 의도도 읽힌다.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원장직을 가져가려다 국민의힘에 넘기겠다고 제안하면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는데, 본회의 개최 시기를 한 차례 미루며 ‘양보’와 ‘협상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합의가 불발됐을 경우 책임을 국민의힘으로 돌리고, 민주당이 의장단을 단독 선출했을 때도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박 원내대표는 “조금 더 인내하면서 국민의힘이 추가적인 양보안을 갖고올지 기다리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며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안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에 달려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여전히 원내 1당으로 안고 있는 ‘입법 독주’ 프레임에서도 벗어나려 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국회 파행의 책임을 국민의힘쪽에 전가하며 다음달 4일 본회의에서의 의장단 단독 선출 강행 의지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가장 큰 쟁점사안을 과감하게 양보했으나 국민의힘도 거기에 미치지 못할 정도라도 상응하는 것을 보여달라”며 “상황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국회 파행을 이끌어 나갈거면 저희도 월요일(7월4일) 의장을 선출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를 개의하거나 안건을 정할 권한도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국민의힘 머릿 속에 나오는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 18조에는 임기만료로 의장이 공석일 때 의결 정족수인 의원 150명 이상이 출석한 뒤 출석 의원 중 최다선 의원(복수이면 연장자)이 의장을 대행해 국회의장을 선출하도록 규정돼있다”고 설명했다.

윤승민·박광연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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