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쪽지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 회의 녹취록 요구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녹취와 회의록이) 똑같은 것을 보증한다고 심플하게 답변하십시오”라는 내용의 쪽지를 작성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 원장은 실제로 “녹음파일 부분은 사실 저희들이 회의록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거의 녹취록 수준으로 자세히 돼 있다”고 답변했다.

유 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 원장이 야당 의원들로부터 질의를 받는 도중 이 같은 메모를 작성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유 총장은 “녹취록 관련, 기술적으로도 프라이버시, 업무기밀 등은 보도하기 곤란함”이라는 쪽지를 작성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와 관련해 ‘6월1일 감사위원회의(감사위) 전체회의 녹음 파일’ 제출을 요구받았다. 감사원은 지난 28일 6월1일 당시 회의록만 공개한 상태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우리 당에서) 녹음파일을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감사원이) 안 했다”며 “(회의록에는) 회의를 노골적 방해하는 보조기구(사무처)의 언행이 고스란히 담겼는데 이건 녹음파일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회의록과 녹취파일 내용이 동일하다며 심플하게 답변하라는 내용의 쪽지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원장은 유 총장이 전달한 쪽지 내용과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녹음파일 부분은 사실 저희들이 회의록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거의 녹취록 수준으로 자세히 돼 있다”며 “그것만 보시면 충분히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고 어떻게 논의가 됐는지를 다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취파일은 저희들이 회의록을 작성하기 위한 기초자료에 불과할 뿐”이라며 “그런 자료를 저희들이 제출해 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앞서 감사원이 지난 28일 공개한 회의록에는 유 총장의 의견 개진으로 회의가 난항을 겪는 모습이 노출됐다. 유 총장은 최 원장이 “잠깐만 잠깐만”이라고 발언을 제지했음에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심의해달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유 총장은 “이 사건(전 전 위원장 사건)은 심플하다. (전 전 위원장이 실무진인 부하직원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국회에 가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조은석 감사위원이) 지엽적인 증거를 가지고 온갖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신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쪽지로 답변을 지시하는 사무총장과 그대로 따르는 감사원장, 감사원이 사무총장의 놀이터인가”라며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최재해 감사원장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람인데, 실제로는 총장이 원장에게 해야 할 말도 정해주고 원장의 지시도 따르지 않는 상황인 거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감사원장이 최재해인지 유병호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유병호 사무총장은 더 이상 감사원을 망치지 말고 짐 싸서 집으로 가십시오”라고 전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