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의원들과 설전

감사원장에게 메모로 지시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이 의원들과 질의응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감사원이 오는 30일 감사위원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 감사가 포함된 올해 하반기 감사계획을 확정한다. 앞서 감사원이 지난 2월 올해 연간 감사계획에 이태원 참사 감사가 포함됐다는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하반기 감사 계획이 내일(30일) 확정된다”며 “하반기 감사 계획에 그(이태원 참사 감사) 내용을 포함시켜서 하는 것으로 일단 안이 만들어져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지난 28일 연간 감사계획을 의결한 올해 1월12일 감사위 회의에서 최 원장을 비롯한 감사위원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는 내용의 회의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지난 2월 연간 감사계획을 발표하면서 이태원 참사 건에 대해 ‘구체적 감사계획이 없다’고 브리핑했고,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을 세웠다는 2월17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당시에 회의에 참석했던 감사위원들이 가급적이면 조기에 이태원 참사 관련된 감사를 하자 이렇게 이야기한 게 사실인가”라며 “연내에 감사하겠다 그렇게 그런 결론 내린 것이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런 논의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하반기에 재난 및 안전 관리 실태 체계 점검이라는 제목으로 재난대비태세를 (감사)할 때 이태원 참사 사항도 포함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논의가 종결됐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 감사원에서 보도참고자료를 완전히 허위로 냈다”며 “이태원 참사 감사에 대해서 사회적 재난 대비 체계 연간계획에 없다고 언론참고자료를 내지 않았나. 지금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감사 결과를 의결한 지난 1일 감사위원회 회의록 내용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사사건건 충돌했다. 유 사무총장이 질의 중간에 계속 끼어들면서 야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앞서 이 건 주심위원인 조은석 감사위원은 자신이 감사원의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승인을 뜻하는 ‘열람’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승인’ 처리가 됐다고 반발했다. 감사 결과 의결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유 사무총장은 “그분이 단군 이래 제일 많이 열람했다”며 “직원들을 압박하고 강요해서 논의되지 않은 사실, 사실과 배치되는 부분까지 고치라고 당부했다. 권한 범위를 넘어서, 강요하고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유 사무총장은 “기계적으로 그냥 (‘열람’을) 누르면 되는 식인데, 단군 이래 가장 많이 보고도 유일하게 혼자 안 눌렀다”며 “(감사위를 거쳐 수정 의결된 감사보고서에는) 전현희 (전) 위원장의 치명적인 중범죄 해당사항만 다 삭제를 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전자정부법에 따라 ‘열람’을 눌러야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 문서결재시스템을 마음대로 고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의 같은 지적에 유 사무총장은 조 위원이 보고서를 종이로도 열람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열람하실 때 그거 수백 건 눈도 아프실 텐데 (어떻게) 화면을 뚫어지게 보느냐. 출력해 드리는 게 예의”라고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당초 위원회 회의에서 수정 의결됐던 내용이 (보고서에) 충분히 반영됐는데, 그 뒤에 회의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전 (전) 위원장에게 불리한 사실들을 크게 두 군데나 통으로 들어내버렸다”며 “회의에서 의결된 것과는 전혀 다르게 시행될 수밖에 없는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전산 부서에 ‘주심위원이 (‘열람’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하는 것은 우리 규정에도 없는 것이다’(라고 해서 시스템 변경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최 사무차장은 이 같은 내용을 최 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결재시스템을 본인 책임하에 수정했다고 말한 것이다.

최 원장은 “주심위원께서 결재를 안 하고 있는 상태에서 감사 부서에서 (조 위원이) 결재 없이 열람은 다 했으니까 승인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도록) 관리하는 부서에 요청을 했다”며 “그 요청을 받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처리를 해주다 보니까 자동적으로 ‘승인’으로 뜨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절차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며 “이건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 수정 의결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진행 중인 감찰에 대해 ‘유 사무총장이 자신과 갈등을 빚은 감사위원에 대해 불법적으로 감찰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아니다. 제가 지시했다”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조사 진행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정치감사 논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으로부터 직무상 독립해야 될 감사원이 지금 사무총장으로부터도 독립이 못 돼 있다”며 “유 사무총장이 총지휘를 하고 있고 최 원장이 눈을 감아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정치중립성 논란이 이어지는 데 대해 최 원장은 “(극복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유 사무총장이 최 원장에게 답변 요지를 적은 쪽지를 전달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지난 1일 감사위 회의록 외에 녹취록도 공개할 것을 요구하자 유 사무총장은 최 원장에게 “(녹취와 회의록이) 똑같은 것을 보증한다고 심플하게 답변하십시오”라고 적힌 쪽지를 건넸고, 최 원장은 “녹음파일 부분은 사실 저희들이 회의록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거의 녹취록 수준으로 자세히 돼 있다”고 답변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