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왼쪽)·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12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를 전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부결 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했다. 윤 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39표(47.4%), 반대 145표(49.5%), 기권 9표로 부결됐다.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32표(45.1%), 반대 155표(52.9%), 기권 6표로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고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113석의 국민의힘과 6석의 정의당은 ‘당론 가결’ 방침을 밝혔다. 167석의 민주당은 자율 투표에 맡겼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두 의원에게 동정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체포동의안 제출 이유를 설명하면서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기에 있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며 “돈 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 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윤 의원은 이날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동료 의원들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정치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는 부당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당하게 재판에 임하고 만약 내가 일정한 혐의 사실이 있어서 문제가 된다면 그때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며 “(중대 결심이란) 정치적으로 책임진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표결 결과에 대해 “개별 의원들의 판단이라 정치적 부담은 저희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개별 의원들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윤·이 의원에 대한 방탄조끼로 국민 등에 칼을 꽂았다”며 “불체포 특권 뒤에서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면서 무슨 혁신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더불어돈봉투당’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돈봉투 사건의) 추가 연루 의원들에 대한 방탄 사태가 벌어진다면 민주당은 국민적 심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정미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끄러운 줄 아시라”며 “체포동의안 표결 실명제로 제 식구 감싸기 관행부터 깨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노웅래·이재명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각각 부결됐다.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은 지난 3월 가결됐다.

윤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시 대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당 의원들에게 6000만원을 지급한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송 후보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게 2021년 3월 중순 100만원을, 3월 말 지역본부장 제공용 현금 1000만원을 건네고 2021년 4월 말 대의원들 표를 조직한다는 명목으로 윤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두 의원은 지난달 3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