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KBO리그 각 팀 2루수들은 잔인한 봄을 보냈다.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리고 5월 중순, 반전이 시작됐다. 주전 2루수들이 기대치에 근접한 모습들을 다시 선보이기 시작했다.
개인 기록이 가장 빼어난건 KIA 안치홍이다. 5월 시작과 함께 복귀 후 지난 21일까지 월간 타율 3할6푼9리, 3홈런·20타점을 기록했다. 어느덧 규정타석까지 채우며 타율 2위(0.371) 자리에도 불쑥 이름을 올렸다. 홈런(9개)과 타점(38개)은 단연 팀내 1위고, 결승타(6개)는 전체 공동 3위, 득점권 타율(0.436) 2위, OPS(출루율+장타율) 2위 등 공격 전부문에서 발군이다. 아직 KIA는 5할 언저리에서 순위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안치홍의 활약과 함께 지난 주말 SK 3연전을 스윕하며 상승세를 탔다.
NC 박민우도 부진을 겪다 퓨처스(2군)에서 돌아온 이달 중순 이후 회복세다. 시즌 타율이 2할3푼8리로 아직 높지는 않지만 퓨처스에 내려가기 전(0.198)에 비하면 발전했다. 5월 3주차(15~20일) 주간 타율이 4할7푼6리(21타수 10안타)로 1위다. 중심 타선 한 자리를 맡고 있는 박민우가 살아나준다면 하위권에 처진 NC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볼 수 있다. 게다가 박민우는 시즌 전반기 활약 여하에 따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 여부가 달려있다. 올해 만 25세인 박민우는 아직 병역 미필이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는 삼성 강한울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일 경기에서 넥센 마무리 조상우를 상대로 역전 싹쓸이 3루타를 날렸다. 손주인의 부상 등으로 시즌 초반 주전 2루수 자리를 잡았지만 강한울은 장타력 부재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고척 원정 3연전에서 12타수 7안타 맹타를 휘둘렀고 팀의 역전승과 위닝시리즈를 결정한 장타를 터뜨려 깜짝 영웅이 됐다. 유격수 김상수가 발목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강한울의 활약은 삼성의 내야진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장 잔혹한 시즌 초반을 보냈던 한화 정근우도 돌아왔다. 복귀 후 치른 경기가 2경기뿐이지만 6타수 2안타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했다. 정근우의 퓨처스행과 한화의 공동 2위 등극이 엇갈리며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때 협상이 오래 진행되며 받은 마음의 상처가 더 커지는듯 했다. 하지만 1군 복귀 후 한화 타선과 수비에 보탬이 되리란 희망을 심어줬다. 한화가 시즌 내내 상위권 싸움을 이어가려면 정근우가 경기장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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