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이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윤승민 기자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옆 어느 골목, 한강철교를 앞에 두고 여의도에 우뚝 선 63빌딩,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보이는 북한의 해물선전마을, 제주의 정방폭포, 길을 지나다 본듯한 굽이치는 하천과 논밭…

이우성(43)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너에게 물으면 알 수 있을까?’에서,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장소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세밀하게 풍경을 표현한 그림들을 선보이고 있다. 널리 이름난 명소도 있고, 어디선가 본듯한 산과 들, 하천과 논도 등장한다. 어떤 그림 속 골목에는 도로명 표지판이나 가게의 간판까지도 뚜렷하게 남아 있어 실제 장소가 어디인지를 금방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그가 2023년 갤러리 학고재에서 열었던 개인전에서는 세밀한 인물묘사가 돋보였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갤러리현대에 전시된 이우성의 ‘종로3가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내가 보일 거야’(2024~2026). 윤승민 기자

 

이번 전시 작품에도 인물은 등장한다. 머리털도 없고 때로는 옷조차 입고 있지 않아 정령 같은 비(非)인간적 존재로 보일 뿐이다. 전시 개막을 앞둔 지난달 17일 기자들과 만난 이우성은 “풍경(그림)이어서 다른 작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 그리듯이 풍경을 그렸다”며 “풍경 속에도 사람의 얼굴이 있다고, 얼굴로서의 풍경, 풍경으로서의 얼굴로 이해해주시라”고 말했다.

뭉뚱그려진 인물이 서고 앉은 곳곳의 풍경을 자세히 볼수록, 풍경마저도 사실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진홍색, 연보라색 등 초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색이 하늘에 가득 차 있다. 유유히 화면을 흐르는 구름은 비슷한 크기의 반죽처럼 떼어져 폭포의 최상단보다도 낮게 걸쳐져 있다. 묘한 색감의 하늘을 기억 속에서 떠올려보면, 해 질 녘 또는 해 뜰 무렵 아주 가끔 마주했던 하늘이 연상된다. 이우성은 “조금만 지나면 바로 어두워지는 시점”이라며 “그 경계에 있는 시간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곁에 두고 싶다.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그래서 그림 속에 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러리현대에서 전시 중인 이우성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2021). 윤승민 기자

 

이우성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2021)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을로 들어가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윤승민 기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2021)는 북한 해물선전마을을 그린 그림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됐다. 너비 4m, 높이 2m의 대형 천에 넓게 펼쳐진 마을의 모습은, 전망대에서 쌍안경을 들어야만 풍경을 파편처럼 조금씩 볼 수 있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시각의 파편을 넓게 끼워 맞춘 마을 풍경의 진입로 옆 들판엔 ♡가 크게 그려졌다. 진입로에는 마을로 향하는 듯한 사람이 세워졌다. 이우성은 “그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나, 혹은 관람객을 쳐다보는 건 아닐까”라며 “저 작은 사람을 그리기 위해 풍경을 그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마지막에 좀 했다”고 말했다.

‘너에게 물으면 알 수 있을까?’(2026)는 모래사장 위 큰불이 붙은 대보름 달집 주위에 모인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불꽃이 인상적이다. 이우성은 “10여년 전에는 불안하고 복잡한 현실에 대한 고민을 담아 공격적으로 불을 그렸다”며 “한동안 신중하게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소재로 불을 그렸다. 신나게, 오랜만에 불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 관람객들이 힘들게 일하고 주말에 일부러 시간을 내 전시장에 온다”며 “행복한 그림만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여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전시 중인 이우성의 ‘너에게 물으면 알 수 있을까?’(2026). 윤승민 기자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연 작가 이우성. 갤러리현대 제공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