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노조 총파업으로 운행이 전면 중단됐던 서울 시내버스가 11시간 만에 극적인 노사 합의로 정상화됐다. 퇴근길 대란은 피했지만 이날 아침 빗길에 대체 교통 수단을 찾던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 협상 합의로 파업이 철회돼 이날 오후 3시 20분부터 모든 시내버스 노선의 운행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2024년도 임금 교섭을 해온 서울시버스노동조합(버스노조)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이날 새벽 마지막 본 조정과 사후조정을 이어갔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었다. 노조는 최근 몇 년간 반영되지 못한 물가 상승률 등을 들어 시급 12.7% 인상을 요구했다. 사측은 “과도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무원 임금 인상률 수준인 2.5%를 제시했다. 지노위에서 6.1% 조정안을 제안했으나 양측 모두 거부해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총파업을 선언했고, 오전 4시 첫차부터 서울 시내버스 총 7382대 가운데 90% 이상이 운행을 멈췄다. 12년 만의 파업이었다. 필수공익사업이 아닌 시내버스는 지하철과 달리 파업 시 필수유지업무 인력에 대한 의무 규정은 없다.
이후 서울시는 노사 실무자 간 물밑 협상을 중재해 오후 3시쯤 시급 4.48% 인상과 명절수당(연장운행) 65만 원을 지급하는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 측은 합의 직후 버스 운행을 재개했다.
서울 시내버스는 교통 취약 지역 운영과 환승할인 등 공공성을 전제로 운송사업자 적자의 일부를 서울시가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잠정 합의 단계에서 파업 참여 조합원들의 임금 지급을 노조 측이 요구하면서 합의가 또다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노동관계법에 따라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된 부분이고, 노조 측도 이를 양해해 요구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파업이 만 하루를 넘기지 않고 철회돼 퇴근길 대중교통 운행은 정상화됐지만 이날 출근길은 큰 혼란을 빚었다. 지하철과 택시 이용객이 한꺼번에 몰려 곳곳에서 극심한 혼잡이 일었고, 운행 중단 소식을 미처 알지 못했던 시민들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서울 경전철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에서 만난 직장인 신모씨(33)는 “시내버스 파업 이야기를 들었지만 출근길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지하철로 몰려서 당황스럽다”며 “날씨가 흐리고 비도 내려 출근길이 더 복잡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파업 철회에 따라 지하철 증차와 막차 연장, 전세버스 투입 등 서울시의 비상수송대책도 해제됐다.
윤 실장은 “버스 운행 중단으로 출근길 불편을 겪은 시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공공성이 강한 시내버스도 지하철과 같이 일정 비율의 인력은 파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에 대한 검토가 국회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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