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유효 결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6일 “헌법 파괴 만행”이라고 헌재 결정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법률 취지에 맞게 현 정부가 도입한 시행령을 되돌려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개정 법안에 유효 의견을 낸 재판관들을 ‘정당 하수인’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한마디로 ‘민우국(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카르텔의 반헌법 궤변”이라며 “이번 결정은 (이들이) 자신을 출세 시켜 준 민주당에 보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헌법 파괴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떠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강도짓’을 하여 빼앗아 갔는데도 ‘일단 빼앗기만 하면 유효’라는 논리는 미개한 원시 국가에서나 통할 것이지,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23일 헌재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무효 확인 청구를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법무부가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침해 및 무효 확인 청구도 5대 4 의견으로 기각됐다. 개정법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이는 내용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지난해 4·5월 국회를 통과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축소하고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였다.
국민의힘은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을 ‘위장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여해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를 무력화하고 졸속심사를 하는 등 위헌적 절차를 거쳐 법이 개정됐다며 지난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 역시 개정법이 검찰의 수사·공소 기능을 심대하게 제한해 헌법이 예정한 형사사법 체계를 훼손하는 데다 국민이 수사 공백의 피해를 떠안게 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국회를 상대로 개정 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재판관 5명이 미리 답을 정해 놓고 짜 맞춘 것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정치재판소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고 헌재 결정에 반발했다.
민주당은 헌재 결정에 반발하는 정부·여당을 비판하며 “입법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고쳐라”고 공격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법무부 장관이 사법부의 판단을 부정하는 나라에서 국민이 어떻게 법치를 존중할 수 있겠냐”며 “한 장관은 즉시 위법 시행령을 입법 취지에 맞게 정상화하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권 축소 취지에 어긋나는 정부 차원의 시행령을 되돌리라고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헌재 판결 직후 정부가 ‘법치에 어긋난 무리한 소송’을 강행했다며 한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황운하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한 장관 탄핵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 장관은 탄핵 주장에 대해 “당당히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당의 헌재 결정에 대한 ‘헌법 파괴’라는 비판에 대해 “여당 당 대표가 헌재 결정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궤변을 쏟아내는 것이야말로 헌법을 파괴하는 만행”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헌재나 법원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정해도 되는 것이냐”고 밝혔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여당의 반발은 매우 조직적이다. 누가 배후에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을 배후로 지적했다. 그는 “아니라면 윤 대통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정부여당의 망동을 제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 의원 탈당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SNS에서 “민 의원의 꼼수탈당, 국회 내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숙의할 수 있도록 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켰던 일, 이로 인한 국회 심의 표결권 침해에 대해 국민들께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 한 의원의 꼼수탈당, 국회법에 근거한 안건조정위의 무력화 절차는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