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64쪽 | 1만8000원

표제작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저자 이기호가 2021년 쓴 보고서 형식의 단편소설이자 실제 부조리 고발이었다. 예술계 원로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예술원의 문학 분과 회원 26명이 1년간 받는 수당은 총 4억6800만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 예술가 지원 사업 중 문학 부문 7명 선발에 지원된 예산은 총 4000만원. 이기호는 예술원 회원들이 수당을 반환하고 연회비를 걷어야 예술원의 면이 설 거라고 했다.
5년 뒤인 올해 쓰인 ‘우리는 왜 엉망이 되어가는가-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2’는 이의 후속편 격인 소설이다. ‘나’는 정부세종청사에 들러 예술원 개혁을 논하다가 공무원에게 “신중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에 말싸움을 벌인다. 예술원 회원 누군가 그에게 ‘배은망덕하다’고 했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그는 낙향해 포도밭을 일구던 소설가 K를 찾아 술잔을 기울인다. 술을 먹다 잠든 ‘나’를 K가 갑자기 깨운다. K의 아내가 집 베란다 난간에 한 시간째 매달려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술이 덜 깬 ‘나’는 음주운전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K는 소리를 지르며 당장 운전하라고 한다. ‘나’는 동료 가족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예술원 문제를 생각하는 자신을 보며 묻는다. “그게 과연 정상인가.” 예술계의 정의 구현을 위해 법을 고치자고 주장하던 주인공은 지인의 곤경 앞에서 자신이 법의 테두리 밖으로 떨어질까 전전긍긍한다.
일상의 모순이 다양한 인물을 통해 그려진다. 소설보다 비트코인에 관심이 많은 학생, 그 학생에게 비트코인을 팔라고 말하고서는 이후 ‘선생이 팔라고 진짜 팔면 어떡하냐’고 이죽대는 교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6인 병실에서 서로를 불쌍히 여기다가도 때로 혐오하는 환자와 보호자들… 이기호는 모순적인 인간을 풍자하면서 한편으로는 애정을 드러낸다. “나는 아주 가끔 정의롭고, 대부분은 끔찍하다… 끔찍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진실도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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