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보기 힘들어진 시즌에도 단기전에서만큼은 홈런의 위력이 여전하다.
2019 KBO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부의 향방을 가른 것은 모두 홈런이었다. 1차전 0-0 상황에서 나온 9회말 박병호의 결승 솔로 홈런은 물론이고, 2차전 키움이 1-4로 뒤진 8회말 나온 박병호의 2점 홈런도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3차전 LG가 1-2로 뒤진 상황에서 나온 채은성의 동점 솔로포, 3-2 근소한 리드를 잡은 8회말 나온 LG 카를로스 페게로의 쐐기포도 팀에게 승리를 안기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이긴 팀은 “홈런 덕분”이라고 했고, 진 팀은 “홈런을 막지 못해 졌다”고 했다.
사실 가을야구에 홈런이 승부를 좌우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가을야구의 페이지마다 극적인 승부를 연출한 홈런이 숱하게 남아있다. 지난해만 해도 플레이오프 5차전 9회초 넥센 박병호의 극적인 동점 홈런, 연장 10회말 SK 김강민-한동민의 역전 연타석 홈런이 극적인 명승부를 연출했다. 한국시리즈 6차전 9회초 2사 후 SK 최정의 동점 홈런과 연장 13회초 한동민의 결승 홈런도 그에 못지 않게 강렬하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넥센과 SK가 홈런 7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여느 때보다 홈런을 쉽게 볼 수 있던 대표적인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반면, 올해는 공인구의 변화로 정규시즌 홈런수가 급감한 ‘투고타저’ 시즌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홈런의 존재감이 지난해 못지 않게 큰 것은 홈런이 여전히 확실한 득점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홈런이 타선에서 쉽게 선택할 ‘확률 높은 득점 옵션’이었다면, 올해는 ‘홈런만큼 마땅히 득점할 방법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6점, 준PO 1~3차전에서 24점이 난 데 비해, 올해는 와일드카드전에서 4점, 준PO 1~3차전에서 16점이 나는데 그쳤다. 투고타저 시즌에 LG는 각종 지표가 리그 상위권인 선발투수 3명을 차례로 냈다. 키움은 2·3차전 선발인 에릭 요키시와 이승호가 5회 이전에 강판됐지만 두터운 불펜진으로 살얼음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연속안타로 점수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 번의 실투를 점수로 연결시킬 수 있는 홈런의 가치가 더 커졌다. 경기를 하다보면 나오게 마련인 실투를 누가 줄이고, 누가 놓치지 않느냐의 싸움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이런 승부는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질 공산이 높다. SK는 LG 못지 않게 강력한 김광현-앙헬 산체스-헨리 소사의 선발진과 세이브 1위 하재훈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도 20승 투수 조쉬 린드블럼과 17승을 거둔 이영하에 유희관, 세스 후랭코프 등 수준급 선발진을 보유중이다. 불펜의 무게감이 조금 떨어지지만, 정규시즌부터 주자가 많은 위기 상황에 등판했던 두산 불펜 투수들은 큰 무대 경험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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