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의 선장들
김새섬·김진경 지음 | 어크로스 | 288쪽 | 1만7800원

“투자로 돈 벌 확률,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100%가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것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공들여 준비하죠. 하지만 확률 100%의 사건인 자기 죽음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한국에 사는 저자 김새섬은 지난해 4월, 평균 생존 기간이 12~14개월인 악성 뇌종양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은 환자다. 스위스에 거주하는 다른 저자 김진경은 죽음을 마주한 김새섬과 “삶과 죽음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9개월에 걸쳐 모바일 메신저 통화로 12차례 인터뷰해 책을 펴냈다.
김새섬은 수술 한 달여 후부터 투병 생활 및 책을 주제로 배우자인 장강명 작가와 팟캐스트를 1년 넘게 388회 진행했다. 김진경은 “절망 속에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 존재”라며 김새섬을 인터뷰이로 택했다.
희귀한 병에 걸리면 보통 되묻는다. ‘왜 하필 나야.’ 하지만 김새섬은 “삶에서 운 또는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더 크다”며 ‘왜 나만 예외겠는가’라고 묻는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세계는 나 없이도 잘 돌아가요.”
남들과 비교하며 나만 불운하다는 ‘불공정’에 예민해지는 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사회보다 “우리가 좀 살 만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신체적 고통은 ‘잘못에 대한 천벌’ 같은 게 아니므로 환자든, 장애인이든 혐오하지 말아야 한다고 책은 전한다.
김진경은 김새섬과 연락하기 전 그가 난파선 같다고 느꼈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죽음을 향해 가는 모두가 난파선의 선장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죽음은 결국 좋은 삶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건강할 때부터 죽음의 의미를 곱씹으며 이를 차분히 준비하라는 책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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