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정에 서명한 러시아에 대해 유럽연합(EU)이 12일 추가 제재를 공표하고 이를 즉각 발효하기로 했다. 휴전 협정 이후에도 러시아가 군사적 활동을 철회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제재안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인사와 기업가,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반군 지도부를 포함한 24명은 EU 회원국에서 입국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게 된다. 이들의 자산도 동결조치됐다. EU는 이로써 대러시아 제재 대상에 포함된 사람들은 총 11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리코프 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11일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참호를 파고 있다.  | 이타르타스연합뉴스



또한 EU는 러시아 대형 에너지 기업 3곳, 미그·수호이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 3곳, 은행 5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제재 대상 기업들은 유럽 자본 시장 내에서 만기 30일 이상의 채권을 발매할 수 없고, 주식을 사고팔 수 없게 됐다. 유럽발 제재를 당한 러시아 정부에 420억달러 대출을 제안했던 국영 에너지기업 로스네프트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AK-47 소총으로 유명한 칼리시니코프 등 9개 기업은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EU 회원국은 이들 기업에 군수물자로 용도를 바꿀 수 있는 전자제품을 수출할 수 없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정을 서명한 뒤 이뤄졌다. EU는 지난달 31일 러시아 추가 제재에 합의했지만, 지난 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 등이 휴전 협정에 서명하면서 제재 결정을 연기했다. 그러나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군사 행동 철회를 멈추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러시아를 추가 압박하기 위해 제재를 발효했다고 밝혔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휴전 협정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평화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용납할 수 없는 (군사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대형 에너지기업, 항공 우주산업체가 모두 제재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강력한 제재를 결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제재 발표 뒤 이날 국내 방송 인터뷰에서 “휴전 협정의 가치를 떨어뜨린 처사”라며 EU의 제재안을 비난했다. 라브로프는 “EU의 추가 제재에 대해 러시아는 국익을 우선 고려해 차분하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AFP통신 등은 이날 한 때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제재의 영향으로 루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