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대 진교훈, 여야 총수 대리전

제3 세력 약진 가능성도 타진

수도권 민심 가늠할 ‘예비 총선’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지난달 28일 울 강서구의 한 빌딩에서 열린 자신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만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달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하고, 국민의힘이 무공천 기류에서 전환해 공천을 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한 김태우 전 구청장과 이재명 대표가 지명한 민주당 후보의 대리전 구도가 되면서 양당이 총력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도권 민심을 가늠할 ‘예비 총선’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금태섭 전 의원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추진하는 제3당과 진보 정당들도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하려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철규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당내 경선을 거치든, 전략공천이든 김태우 전 구청장 공천이 확실시된다. 이번 보궐선거는 김 전 구청장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치러진다. 본인 때문에 열리는 선거에 다시 김 전 구청장이 나서게 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김 전 구청장을 형 확정 3개월 만에 사면해주면서 공천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국민의힘에선 당초 패배가 유력해 공천하지 않는 기류였지만, 김 전 구청장의 출마 의지가 강했고 대통령실의 의중도 출마에 힘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구청장 인지도가 높아 정부·여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힘을 실으면 승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 본청앞 천막 단식투쟁장에서 열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장 수여식에서 진교훈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 천막에서 진 전 차장에 후보자 공천장을 수여했다. 이 대표는 “경쟁력, 확장력 측면에서 여러 가지 강점을 지닌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인재”라고 힘을 실었다. 진 전 차장은 지난달 20일 원외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친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민주당은 강서구 민심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 돌린 여론조사에서는 전략공천 전에 압축됐던 3명의 후보 누가 나와도 김 전 구청장을 이겼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총선 전에 여론조사가 아닌 실제 투표로 수도권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여야 총수 대리전으로 판이 커지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중앙정치가 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커졌다. 패한 쪽은 현 지도부의 리더십과 내년 총선의 수도권 경쟁력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여야 모두 승리를 위해 지원을 집중하며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양당 구도 혁파를 선언한 제3당과 진보정당도 이번 선거를 기회로 여기고 있다. 당선되지 않더라도 양당의 대안으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총선 준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금 전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새로운 선택’은 검찰(김 전 구청장)·경찰(진 전 차장) 출신에 맞서 강서구에서 나고 자라 새로운 마인드로 지역을 이끌 인재로 다음주 초 후보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의당은 권수정 전 서울시 의원을, 진보당은 30대 권혜인 한의사를, 녹색당은 김유리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을 후보로 정했다. 향후 진보정당 간 선거 연대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