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홍보대행사 선정 과정서 재단 간부가 심사위원 활동
ㆍ쌀 가공식품 사업에 공동 개발자로 뒤늦게 이름 올려
ㆍ김현권 의원, 문화부 이어 농식품부도 관여 의혹 제기

재단 설립과 기부금 모금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뿐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22일 제기됐다. 재단 측이 농식품부의 식품 개발원조(ODA) 사업인 ‘K-밀(meal)’ 사업에 쓰인 가공식품 개발사로 이름을 올리고 사업 홍보대행사 선정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것이다. K-밀 사업은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아프리카 순방 당시 벌였던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 ‘코리아에이드’ 중 음식 사업 명칭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농식품부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K-밀 사업 홍보대행 용역사 선정 당시 평가위원 4명에 미르재단 문화기획·콘텐츠사업팀장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3명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촌진흥청 인사다.

한식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한식재단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농식품부가 K-밀 사업 홍보에 미르재단을 끌어들인 것이다. 한식재단은 해외 특급호텔 레스토랑에 한식메뉴를 입점시키는 등 대외 한식 홍보를 중점 사업으로 벌여왔다. K-밀 사업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의 명문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에 한식 교육과정을 포함시킨 것도 한식재단이 아닌 미르재단이다.

사업 당시 현지에서 지급된 쌀 가공식품 공동개발사 중 한 곳이 미르재단으로 돼 있는 것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당초 공동개발자로 돼 있는 이화여대가 단독으로 식품을 개발했으나, 미르재단이 뒤늦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에이드의 음식 사업인 K-밀 사업은 푸드트럭으로 저개발국에 유아·가임기 여성 등을 위한 쌀가공 영양식품을 지원하는 동시에 한식을 홍보하는 사업이다. 코리아에이드 사업계획이 발표된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졸속 추진된 사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는 코리아에이드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산모를 상대로 초음파 기기로 태아 사진을 찍고, 영상트럭으로 보건교육 영상과 한국홍보 영상을 함께 상영한다는 사업 내용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영유아 사망률이 심각한 국가에 태아 사진을 공급하는 것은 시급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보건교육 영상도 아프리카 소녀들이 처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권 의원은 “K-밀 사업 당시 지급된 쌀 가공품은 유아·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영양식품이므로 관련 전문성이 필요한데, 뚜렷한 성과가 없던 신생 재단이 어떻게 영양식품 개발사가 되고 사업 홍보를 심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르재단이 다른 부처 사업에도 공정한 절차 없이 참여했는지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