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KBO리그에 제법 있었던 ‘연속 두자릿수 승리 투수’가 최근 몇년간 명맥이 끊겼다. 이강철 KT 감독이 현역시절 세운 ‘10년 연속 10승’에 도전하던 장원준(두산)이 지난해 부진 끝에 3승(7패)에 그치며 연속 10승 기록을 8년에서 마감했다. 윤성환(삼성)도 지난해 5승(9패)에 머무른 탓에 ‘5년 연속 10승’에 만족해야했고, 지난해 LG에서 뛴 헨리 소사(SK)는 평균자책 3위(3.52)였음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9승(9패)에 머물러 4년 연속 10승 기록을 늘리지 못했다. 김광현(SK)과 이재학(NC) 등 각 팀을 대표하는 선발들도 2017년에 연속 10승 기록이 끊겼다.

그 가운데 조용히, 끈질기게 기록을 이어간 투수가 있었으니 지난해 마지막 등판에서 10승(10패)을 채운 유희관이었다. 불펜과 선발을 오간 2013시즌 10승(7패)을 거둔 이래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0승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그리고 올해, 유희관은 7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 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유희관은 추석 당일인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서 9이닝 7안타 2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시즌 9승(8패)를 기록하며 시즌 10승에 단 1승만을 남겼다. 유희관은 경기 후 “(연속 10승 기록은)달성할 때까지 모르는 것”이라면서도 “남은 경기에서도 집중해서 던지면 7년 연속 10승도 오지않을까 싶다. 그 기록만큼은 간직하고 싶다”며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꾸준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연속 10승 기록은 의외로 많은 투수들이 남긴 기록은 아니다. 이강철과 장원준, 정민철(한화·1992~1999년) 등 3명만이 7년 이상 기록을 달성했다. 리그 최고의 좌완이던 류현진도 미국 진출 직전인 2012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9승(9패)에 그치며 6년 연속 10승에 그쳤다. 현재 KBO리그에서 꾸준한 호성적을 낸 대표적 좌완투수인 양현종(KIA)과 차우찬(LG)도 올해 10승을 돌파하며 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기간은 각각 6년(양현종·2014~2019년)과 5년(차우찬·2015~2019년)이다.

유희관은 지난해는 본인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타선의 도움 속에 10승을 채웠다.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다. 올해 평균자책 3.48로 평균자책 10위권에 든 유희관은 올해 선발 경기당 득점지원이 2.48점에 머물렀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5명 중 그보다 선발 경기당 득점지원이 적었던 투수는 3명뿐이다.

리그에서 가장 영리한 투수들 중 한명으로 꼽히는 유희관은 지난해 부진을 씻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몸관리에 보다 신경을 썼고, 줄어든 공인구의 반발력을 잘 이용하며 다시 안정적인 선발로 자리매김했다. 조쉬 린드블럼(20승)과 이영하(14승)가 유희관보다 많은 승리를 거뒀지만, 세스 후랭코프(7승)와 이용찬(6승)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는 사이 유희관이 로테이션에 중심을 잡지 못했다면 지난해보다 타선의 부침이 심했던 두산에게 2위 싸움은 언감생심이 됐을지도 모른다.

유희관의 호투는 시즌 10승이라는 개인기록을 채우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두산도 바라는 바다. 9월초 두산의 5경기가 비와 강풍 탓에 취소되면서, 두산이 남겨둔 정규시즌 경기 일정은 빡빡해졌다. 휴식일을 이용해 린드블럼 등 상위순번 선발을 집중투입하려던 두산은 계획을 수정해 가용한 선발투수들을 폭넓게 투입해야 한다. 팀의 3·4선발 역할을 해온 유희관이 호투한다면 2위 자리 확정을 넘어 선두 싸움도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