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염려스럽다” 격려 전화…4~5분 통화

민주당, 이 대표 단식에 동조하는 촛불문화제 열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 이틀째인 1일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격려전화를 받았다. 민주당은 이 대표 단식에 동조하는 촛불문화제를 이날 열었다.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3시쯤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4~5분간 통화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이 대표께서는 문 전 대통령에게 ‘걱정끼쳐서 죄송하다. 더 이상 선택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 (현 정권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고, 국민을 상대로 전쟁하는 형국이니 국민을 보고 갈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또 “문 전 대통령께서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러워 전화드렸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단식 중인 이 대표에게 전화를 한 것은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민주당을 대표하는 큰 정치인으로서 두 분이 현 정국에 대한 어려움과 걱정스러움을 공감하는 게 우리 당원, 지지자들,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지역위원장들이 모인 가운데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민주당 추산 약 3000명이 모여 이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 대표는 “지금의 현실은 대통령이 마치 왕이나 된 것처럼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무시하고 국민과 이 나라의 주인과 싸우겠다고 선전포고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슬프고 좌절에 빠져있을 때 ‘용기내라, 포기말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함께 고통을 느끼고 함께 그 좌절을 이겨낼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단식의 명분으로 내건 현 정권과의 항쟁에 민주당 지지층이 함께 참여하도록 하면서 결집을 유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4일부터는 시·도당 차원의 촛불문화제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단식 돌입 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주재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총회, 정기국회 개회식,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에도 참석했다. 정기국회 기간 단식에 들어가면서 국회 내 논의를 방해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도 정상적으로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출석조사 일정을 두고 검찰과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이날 수원지검에 오는 4일 출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4일에 1차로 오전 조사를 실시하고 다음주 중 검찰과 협의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오전 2시간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 없다. (4일 하루에)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이 대표 측 제안을 일축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