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두산 김태형 감독, SK 염경엽 감독, 키움 장정석 감독. 그래픽 이희진 기자

 

이른 봄 풍작을 기대하며 농부들이 씨를 뿌리던 것처럼, 프로야구 각 구단도 기대감을 가득 안고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또 맞이했다. 구단 안팎의 적잖은 관계자들도 가을야구 축제에 초대받는 이들이 누가 될지 머릿 속에 그리는 즐거움으로 시즌을 기다렸다. ‘스포츠경향’은 개막 직전 야구계 관계자 50명의 생각을 들어 그 결과를 예측해봤다.

유난히 강팀과 약팀이 뚜렷하게 구분됐던 올 시즌,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을 팀들이 대부분 일찍이 가려졌다. 시즌 전 예측과 놀랍도록 같은 부분과 놀랍도록 다른 부분이 있다. 50명이 만장일치로 5강 진출을 예측했던 SK, 두산, 키움은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반면 그 다음으로 많은 표를 받았던 롯데(28표)와 삼성(26표)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요원한 상태가 됐다.

SK와 키움, 두산 세 팀은 국내 무대에서 검증된 외인 투수들을 최소 한 명씩 재계약했고, 이는 투고타저로 흐름이 바뀐 올 시즌 각 팀에 큰 힘이 됐다. SK는 또다른 검증된 투수 헨리 소사를 시즌 도중 잡아내면서 선두 질주에 박차를 가했다. 두산의 경우 세스 후랭코프, 이용찬이 부상 등으로 지난해 활약에 못미쳤으나 조쉬 린드블럼이 리그를 압도하는 에이스로 자리했고 이영하도 12승(4패) 투수로 성장했다. 불펜도 기대 이상이었다. 새 마무리로 하재훈(SK)과 이형범(두산)이 안착했고, 키움은 조상우가 예상보다 일찍 좋은 폼으로 팀에 합류하는 행운이 따랐다. 키움은 세 팀에 비해 선발진의 무게는 조금 떨어지지만 제리 샌즈가 리그 대표 타자로 각성한 덕을 봤다.

반면 롯데와 삼성은 지난해의 강점이 사라지고 약점은 더 두드러지며 추락했다. 롯데는 전준우-민병헌-손아섭으로 이어지는 외야진과 이대호의 공격력에 기대를 걸었으나, 투고타저 속 세 선수의 파괴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약점이았던 포수 보강이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나종덕·안중열은 중요한 순간 공을 빠뜨리며 패배를 자초하고, 때문에 위축된 플레이를 하다 다시 실책을 범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삼성 역시 기대했던 마운드가 무너졌고 타선도 파괴력을 잃은 게 문제였다. 스프링캠프 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저스틴 헤일리-덱 맥과이어는 모두 시즌 도중 짐을 쌌다. 지난해 20홈런을 친 타자 4명이 포진한 타선에 SK에서 데려온 김동엽을 더했으나 공인구 반발력이 약해진 올 시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컨택 능력까지 떨어졌다. 28일 현재 삼성에는 규정타석 채운 3할 타자가 한 명도 없다.

롯데와 삼성만 예측과 반대된 결과를 낸 건 아니다. 이들 다음으로 많이 ‘5강 예상팀’으로 뽑힌 KIA와 한화도 올 시즌 가을야구가 사실상 어렵다. KIA는 외인 투수 2명이 기대에 못미쳤고 베테랑들도 부진한 끝에 일찌감치 하위권에 처져 리빌딩에 돌입했다. 한화는 두텁지 않은 선수층 문제를 절감하며 막판 승부처의 집중력이 떨어진 탓에 최하위 위기에 몰렸다.

반면 10표도 받지 못한 LG와 NC, KT가 가을야구 막차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KT 관계자들도 선뜻 스스로 5강팀으로 뽑지 못해 ‘0표’에 그쳤던 KT의 반등이 놀랍다. 외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윌리엄 쿠에바스가 나란히 10승을 돌파한 가운데 신임 이강철 감독의 불펜 운용이 빛을 발했다. LG 역시 타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서도 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 듀오에 새 마무리 고우석을 중심으로 한 불펜이 든든히 뒤를 받쳤다. NC는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양의지 효과를 제대로 봤고, 박민우와 박석민 등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초반 상승세를 중반 이후 살리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