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 도중 고개를 젖히고 위를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 시기가 정기국회 회기 기간인 9월 이후로 굳어지자 민주당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24일 반발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 입장을 분명히 표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대납 의혹 관련 소환에 대해 “2년 동안 수사했다면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하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터무니없는 얘기를 갖고 소설을 쓰고 있는데 국가권력을 남용하는 것이고 정치 공작”이라고 말했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전날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오는 30일 출석을 통보했고, 이 대표는 24일 조사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거부했다. 이 대표는 “다음 주에는 일정상 도저히 그렇게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검찰이 소환 일정을 당길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정기국회 회기 내 검찰의 영장청구와 이에 따른 체포동의안 표결이 기정사실화됐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 출석일을 정치적인 의도를 담아 정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일방적 소환은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류 투기 비난 여론에 물타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공교롭게 여당에 악재가 있을 때마다, 또는 뭔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이 대표를 이렇게 (소환)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정기국회에 굳이 민주당 의원의 손으로 (체포동의안) 가결을 받아서 정치적 음모를 더하려하지 말고 2년 동안 수사했고 몇백 번 압수수색 했으면 지금 갈 테니까 그냥 정정당당하게 물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공소장과 대질 신문을 비교해 보면 돈을 준 시점과 받은 금액, 받은 사람이 모두 다르다”며 “이 대표 본인과 주변을 먼지 털듯 탈탈 털어놓고 고작 내놓은 것이 이런 수사 결과라면 우리 국민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친이재명계가 주장하는 체포동의안 표결 거부에 대해 “민주당, 또 이 대표가 선택하기 어려운, 불가능한 것”이라며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고 영장심사를 받는 것, 선택지가 그것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지난) 6월에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다. 그 선언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표결 거부 주장에 대해 “(체포동의안 표결 시) 퇴장 안 하는 의원들이 있으면 ‘수박이다’(라며) 감별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친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이 대응해야 할 현안도 적지 않은데 아직 청구되지 않은 체포동의안 가결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체포동의안 표결이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