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문학 넥센-SK전 8회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SK 강지광. SK 와이번스 제공

1일 문학 넥센-SK전 8회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SK 강지광. SK 와이번스 제공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입니다. 특별할 정도로…”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한 선수를 이야기하면서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특별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언급한 선수는 투수 강지광(28)이었다.

강지광이 대화의 주제가 된 건, 전날 넥센전의 ‘이도류’ 활약 덕분이었다.

SK가 14-3으로 크게 앞선 채 맞은 8회말, 감독은 1번 타순에 강지광을 대타로 냈다. 이날 SK의 선발 1번타자는 좌익수로 나선 노수광이었지만, 2번·지명타자 자리에 대타로 선 김동엽이 8회초 좌익수 수비에 들어가면서 지명타자가 소멸됐다. 1번은 투수 박희수의 타순이 됐고, SK가 모든 야수를 경기에 투입한 상황에서 지난해까지 타자였다가 올해 투수로 전향한 강지광이 대타로 낙점됐다. 

2009년 투수로 LG에 입단했다가 부상 탓에 타자로 전향했던 강지광은 올 시즌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SK로 팀을 옮기면서 다시 투수로 되돌아왔다. 지난달 26일 투수로 1군 데뷔전을 치러 최고구속 155㎞의 강속구를 뿌린 데 이어 타석에서도 날카롭게 배트를 휘둘렀다. 힐만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강지광이 박희수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가기로 돼 있었다”며 “타석에서 선 경험이 있으니 대타로 내보내기도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지광은 9회초 수비 때도 교체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 스스로 팀의 승리를 마무리하긴 했지만, 1이닝 동안 홈런 포함, 안타 3개를 맞고 5점을 내주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힘이 정말 좋은 선수다. 속구를 조금 더 다듬으면 위력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지광만한 힘을 가진 투수를 찾기 어렵다. 경기장 밖에서도 에너지가 정말 넘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강지광을 편해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를 들을 법 했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경기장에서의 성적과 별개로, 강지광의 에너지는 특별하다. 이런 선수를 매일 볼 수 있어서 좋다”며 흡족해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