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정(오른쪽)이 지난해 6월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동생 최항과 얘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SK 최정(오른쪽)이 지난해 6월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동생 최항과 얘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형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 동생이 주전으로 나설 기회가 많아졌다. 동생에게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거듭된 실수에 불안감만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 동생의 마음을 다잡아준건 돌아온 형이었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현역 형제 선수인 최정(31·SK)이 1군에 복귀한 지난 15일, 최항(24·SK)은 3안타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덜었다.

최항은 이날 잠실 두산전에서 6번·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전날 두산전과 지난 12일 문학 KIA전에서 수비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되며 큰 부담을 안았다. 그러나 장기인 타격이 빛났다. 2회초 1사 2루에서 적시 2루타로 팀의 선취득점을 뽑아냈다. 이어 김동엽의 투런 홈런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고, 3회초에는 1사 후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강승호의 적시 2루타 때 다시 홈으로 돌아왔다.

6회초에도 선두타자로 출루한 뒤 노수광의 적시타로 득점. 7회초 대타 안상현으로 교체되고도 SK 타자들 중 가장 많은 3안타와 가장 많은 3득점을 올려냈다.

경기 후 최항은 그간의 수비 실수를 머릿 속에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듯 했다. 최항은 “에이스 김광현이 등판하는 날이라 더 집중했다. 앞선 경기에서 실수들을 해서 만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실수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을 때 친형인 최정과 팀 최고참 김강민으로부터 격려를 들으며 마음을 다 잡았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조언은 김강민의 말이었다. 최항은 “‘지금까지 잘 하고 있다. 잘 안되는 부분만 생각하다 보면 잘되는 부분도 안풀릴 수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고 했다. 최항이 제이미 로맥, 이재원, 한동민 등과 함께 5·6번 중심타선에 설 수 있던 건 3할이 넘는 타격 실력 때문이었다. 15일 경기도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 날이었다.

형인 최정도 과거 실수담을 이야기하며 최항에게 힘을 줬다. 자신의 허벅지 부상과 그로 인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탈락 아쉬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최항은 “형이 대표 탈락을 아쉬워했다”며 “몸 상태는 조금씩 올라오고 있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정은 이날 1군 복귀전에서 9회초 대타로 나섰고, 9회말 1루 수비도 선보였다. 부상 탓에 대타 출장만 가능할 것이라던 예상을 넘어 수비까지 잘 마쳤다.

형의 복귀가 동생의 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최항은 다시 활약을 다짐했다. 3루수인 형과 2루수인 최항은 주포지션이 겹치지 않지만, 3루수를 보던 나주환, 강승호는 2루수를 겸할 수 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도 “수비들이 기본적인 플레이를 최근 해주지 못했다”며 분발을 촉구한 상황. 최항은 “아직 오늘의 타격으로 앞선 아쉬움을 완벽히 만회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꾸준히 연습해 수비를 더 끌어올리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