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은, 자금순환 잠정치 발표
ㆍ순 자금운용액 66조8000억원
ㆍ소비 줄이고 저축 늘린 영향
ㆍ기업 자금조달은 14조원 늘어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1분기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가계 여유자금이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올해 1분기 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 순 자금운용액은 66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27조8000억원)보다 140.3% 급증한 수치다. 한은이 2008년 현재 방식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규모이기도 하다.

자금순환은 일정 기간 발생한 돈의 흐름을 경제주체와 금융자산별로 나눠 기록한 통계다. 해당 기간 돈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금융자산 순 취득액에 해당하는 ‘자금운용액’에서 금융부채 순 발행액인 ‘자금조달액’을 뺀 가계 순 자금운용이 양(+)의 값을 나타냈다는 것은 그만큼 여윳돈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 자금운용액은 8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35조6000억원)보다 129.8% 늘어났다. 자금조달액도 1년 전(7조8000억원)의 2배 수준인 15조원으로 늘었지만 자금운용액 증가 규모보다는 작았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게 가장 큰 이유다. 가계의 금융기관 예치금 순 취득액은 지난해 1분기 36조9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63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대기성 자금이 많이 늘면서 단기 저축성 예금 등이 증가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급하게 자금이 필요해 보험을 깨는 상황 등이 벌어진 영향으로 가계의 보험 및 연금 준비금은 14조1000억원에서 10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가계와 달리 비금융법인기업은 자금조달 규모를 늘렸다. 올해 1분기 비금융기업의 순 자금조달액은 28조2000억원이었다. 1년 전(14조원)보다 14조2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2009년 1분기(34조80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 규모다. 기업들의 자금운용액은 지난해 1분기 28조9000억원에서 올해 32조7000억원으로 늘어났으나, 자금조달액이 같은 기간 42조9000억원에서 60조9000억원으로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정부의 순 자금조달 규모도 지난해 1분기 3000억원에서 올해 26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집행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