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장진혁이 6일 대전 KT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지난 6일 프로야구 대전 KT-한화전. 이날 최고 화두는 9회말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이었지만, 승부를 가른 건 우투좌타 외야수 장진혁(26·한화)의 끝내기 안타였다. 8-8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2루. 앞서 대주자로 경기에 나섰던 장진혁은 첫 타석에서 우중간을 갈라 펜스까지 닿는 대형 타구를 날렸다. 한화는 9-8 승리를 거두며 7연패에서 탈출했고, 장진혁은 프로 데뷔 후 첫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때 지명을 받았지만, 장진혁은 올해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5월 중순부터 꾸준히 1군 엔트리에 들어와있다. 시즌 타율(0.209)이 특출나지 않지만 경기 후반 대수비·대주자로 나서며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 첫 홈런도 올해 쳤고, 첫 끝내기 안타까지 기록하는 등 자신의 선수 생활에 기억될만한, 작지만 소중한 기록들을 남겼다.

마침 이날 끝내기 안타는 부모님을 처음 모셔온 경기에서 나왔다. 지난 7일 대전에서 만난 장진혁은 “광주에 사시는 부모님이 프로 데뷔 후 야구장에 오신 적이 없다. 사실 지난주 토요일(6월29일)에 모시려고 했는데 경기가 우천취소돼 못보셨다”며 “부모님 앞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후 기쁨과 눈물의 상봉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지만 장진혁은 “그냥 부모님을 잠깐 뵙고 격려 받았다. 아버지께서 ‘네가 불편할 것 같다’며 밤 늦은 차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셨다”고 했다. 돋보이는 큰 키에 반해 선수단에서 과묵하기로 유명한 장진혁의 모습과 부모님의 모습이 겹쳤다.

장진혁은 “평소 부모님께서 내심 제 경기를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는데 잘 못오셨다”며 “왜 못오시는지는 따로 이야기해보진 않았다. 부모님께서 ‘아들에게 부담주지 않을까’ 싶어서 안오시는 게 아닐까 짐작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현의 방법만 다를뿐,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장진혁의 부모님도 아들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장진혁은 “부모님께서 매일 아침마다 모바일 메신저로 좋은 글귀를 보내주시곤 한다. 그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

장진혁은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할만한 특별한 목표를 “잡아두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가족은 그에게 더 좋은 선수가 돼야할 이유인 것 같았다. 장진혁은 “제가 지금보다 더 잘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혁은 수비·주루 강화 차원에서 경기 막판 기용되는 때가 많긴 하지만 끝내 출전하지 못한채 경기를 끝내기도 한다. 지금보다 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큰 이유다.

장진혁은 “전에는 경기 중 어느 한 부분이 안되면 쉽게 털어내지 못하고 고민할 때가 많았다”며 “올해부터는 빨리 잊어버리고, 경기에 나서는 그 순간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장진혁은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을 하나씩 알아가며 밟아가고 있다.

대전|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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