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팀에 불리한 잠실구장”…가뜩이나 더운데 ‘천불’난 한용덕

29일 잠실야구장에서 한화 한용덕 감독은 전날 두산전을 두고 “천불이 났다”고 했다. 6-13 대패했던 경기 결과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 경기 시작 전 내리 비 때문에 지연된 시간 동안 원정팀 한화와 홈팀 두산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달랐다는 게 불만이었다.

비가 그치고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동안 지연된 시간은 1시간 10분. 홈팀 두산은 1루 측에 위치한 라커룸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한화는 그럴 수 없었다. 원정 라커룸이 있긴 했지만 선수단 짐도 다 놓을 수가 없어 일부 선수들은 3루측 더그아웃으로 통하는 복도에 짐을 내려놓았다. 애초 잠실구장 1루측 라커는 두산이, 3루측 라커는 LG가 쓰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없었던 원정팀 라커는 뒤늦게 들어서긴 했지만, 여전히 선수단이 짐을 풀고 휴식하기엔 턱없이 좁다.

결국 한화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구장은 무더웠다. 더그아웃에 위치한 ‘코끼리 에어컨’이라 불리는 이동식 에어컨이 있긴 하지만 냉기가 더그아웃 내에 고루 퍼지지는 않는다. 꺾이지 않은 더위와 한껏 높아진 습도, 불편한 휴식 공간이라는 악조건 속에 한화는 경기를 준비했다. 홈팀보다 크게 불리한 휴식 조건이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었고, 경기력 저하와 팀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게 한용덕 감독의 분석이다.

한 감독은 “대전 홈구장도 시설이 좋지 않다는 걸 안다”면서도 “홈팀이든 원정팀이든, 동등하게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를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 동등한 상황에서 싸우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선발로 등판하려다 갑작스런 고열로 등판을 취소한 데이비드 헤일에 대해서도 “제대로 쉴 곳이 없어서 컨디션이 나빠진 게 아니냐”며 농담 섞인 아쉬움을 표했다. 한화는 전날 오후 10시50분이 다 돼서야 경기를 끝냈고, 선수단은 오후 11시30분이 다 돼서야 숙소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가을야구 문턱에 가까이 갔지만 여전히 매 경기가 중요한 한화로서는 여러 모로 아쉬움 속에 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