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 보좌진 격려금과 동료 의원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되지 않은 정치자금은 국고로 귀속되는데, 이를 피해 임기 막판에 ‘정치자금 털기’를 한 게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으로 빌린 업무용 렌터카를 임기 종료 후 인수하기도 했다.

9일 최혜영·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의 의원 시절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와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대 국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김 후보자는 임기 막바지인 2020년 3월6일부터 5월29일에 정치자금 5100여만원을 지출했다. 김 후보자는 그해 3월4일 공천에서 탈락해 4월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공천 탈락 이후부터 임기 종료 때까지 보좌진 격려금, 간담회, 정치후원 등의 지출이 크게 늘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선관위의 회계 보고 전까지 소진되지 않은 후원금 등의 정치자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임기 종료 후 김 후보자의 회계책임자가 선관위에 보고한 정치자금 잔액은 0원이었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짧은 기간에 5100여만원의 정치자금을 모두 사용, 정치자금 털기식으로 과다한 지출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 사용 내역을 보면 김 후보자는 총선 이후인 그해 5월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에게 ‘입법지원 격려금’ 명목으로 50만~100만원씩 11번동안 총 808만원을 지출했다. 김 후보자는 의원 임기 중인 2016년 10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보좌진에게 총 72건, 3000만원이 넘는 격려금을 지출한 바 있다. 의원실 직원들에게 정치자금으로 격려금을 지급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같이 고액의 격려금을 상시 지급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한 익명의 비서관은 “야근, 인사청문회 파견 격려 등 보좌진에게 지급한 격려금의 명목과 지급금액, 빈도수가 의정활동 지원에 대한 격려금으로 보기에는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동료 의원들끼리 ‘후원 품앗이’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2020년 4월 김 후보자는 전희경·임이자·김학용·정우택 의원 등 당시 미래통합당 소속이던 동료 의원들에게 후원금으로 100만원씩 총 400만원을 지출했다. 3~5월 동안 간담회 명목으로 지출된 정치자금은 총 866만9560원으로, 임기 막달인 5월에만 간담회를 30차례 했다. 사실상 매일 점심·저녁 식사를 한 것이다. ‘간담회’로 기록된 사용 내역엔 토요일 집 근처 한우집에서 33만원어치 식사를 한 기록도 있다. 같은 달 의원실 직원 회식으로 여의도 고급 소고기집에서 10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한 기록도 있다. 당시는 이태원발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던 시기였다.

최 의원은 “의정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국민이 기부한 소중한 후원금을 과다한 격려금, 고액의 회식 등으로 지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서 앞으로 국가의 예산을 운영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복지부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이날 “정치자금의 집행은 선거관위의 정치자금 사용 지침과 사례들에 따라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집행했다”고 밝혔다.

고영인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으로 도색한 업무용 렌터카를 매입하는 과정에도 정치자금 1800여만원을 지출했다. 김 후보자는 2017년 2월 의정활동을 위한 업무용 차량으로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을 빌리며 정치자금에서 1857만원을 보증금 명목으로 지급했는데, 당시 계약서를 보면 36개월 후 해당 차량을 인수하도록 돼있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해당 렌터카 계약 만료 시점인 2020년 3월 두 달 추가로 연장 사용하다 임기 종료될 때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차를 인수하기 전 도색 명목으로 정치자금 352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준비단은 설명자료를 내고 “의원 시절 업무용 차량을 임차하면서 구체적인 차량임대차 계약을 회계 실무진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후보자는 계약서의 세부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최근 특약조건 해석에 실무적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잘못 지출처리된 정치자금을 최근 중앙선관위에 문의 후 반납했다”고 밝혔다.

민서영·윤승민·남지원 기자 mins@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