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입지 선정에 팔짱 낀 정부
ㆍ‘대선 공약’ 이슈에 부담 느껴

이달 중 예정된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영남지역 갈등이 다시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맡긴 해외 업체에 책임을 미루고, 각 행정기관의 정책을 조정해야 할 국무조정실은 국토부 사안이라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신공항 선정의 민감성과 폭발력을 의식해 최대한 몸을 사리려는 정부의 의도가 보인다.

신공항 입지 선정의 최종 책임이 있는 국토부는 이달 중으로 예정된 프랑스 업체인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발표를 ADPi가 직접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국토부는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의 공정성을 기한다며 지난해 6월 ADPi에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줬다. 일반적으로 주요 정부 정책의 경우 외부에 연구용역을 줬다 해도 결과 발표는 용역업체가 아닌 주무부처가 직접 하며 정책에 신뢰성을 높여왔던 관행과 사뭇 다르다. 국토부는 ADPi의 검토 결과에 따라 신공항 입지를 최종 선정한다는 입장이다. 신공항 선정 과정에 자신들은 최대한 적게 개입하겠다는 의도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가 신공항 선정의 정확한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평가 내용을 공개하면 양측에서 각자 유리한 평가 항목의 배점을 높여달라고 주장하게 된다”며 “ADPi도 양측의 압력 때문에 평가를 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각 행정기관과 정책을 조정·지휘하는 국무조정실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자체 간 과열 경쟁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공항 입지 선정은 국토부 업무라면서 선을 긋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영남권 신공항은 앞서 국토부가 지자체들과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이 수차례 ‘대선 공약’으로 거론된 정치적 이슈인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공항 계획은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언급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후보 당시 대선 공약에 포함됐으나 지역 간 갈등이 격해지고 경제성도 낮게 나오며 백지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 계획을 내놓는 등 각 지역의 표심을 얻는 도구로 사용돼왔다.

윤승민·김재중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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