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금융투자소득 항목 신설

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
함께 묶어 같은 세율 적용

주식 투자자 반발 의식해
공제액 당초 예상보다 상향

일부 투자심리 위축 우려
장기 보유 인센티브 주장
“공제금액 과하다” 지적도

정부가 25일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 대상을 넓히는 대신 거래세는 낮추는 금융세제 선진화 개편안을 내놨다. 금융 순소득에 비례하는 세금을 물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적용하면서 주식 거래도 활성화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금융순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투자자는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모두 부담해야 해 ‘이중 과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는 주식투자 수익의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20%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동안 종목별 보유지분이 1% 이상이거나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인 ‘대주주’에만 한정됐던 과세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대신 공제금액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2000만원으로 정해졌다. 주식으로 버는 돈이 연간 2000만원을 넘지 않는 95%의 ‘개미 투자자’들은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황세운 자본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제액이 1000만원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정부가 금액을 이처럼 상향 제시한 것은 투자자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내는 증권거래세 세율이 현행 0.25%에서 2023년 0.15%까지 낮아지면 소액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과세분류 항목에는 ‘금융투자소득’이 신설된다. 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하나로 묶어서 같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다. 기본공제 2000만원을 제외하고 과세표준 3억원까지는 20%, 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손실은 이후 3년간 이월 공제된다. 예를 들어 2026년에 4000만원을 벌었어도 전년도에 2000만원을 잃은 경우 기본공제(2000만원)를 고려하면 세금은 0원이다.

정부는 과세 확대 전 대규모 매도를 막기 위해 주식 취득 시기 기준년을 2022년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 경우 소액주주는 2023년 이후 가치 상승분만 과세되기 때문에 2022년까지 주식을 팔 이유가 사라진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이번 개편안을 두고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걷어 이중 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주요 국가들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추세에 맞춰 지난해부터 개편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증권거래세는 최근 6조원 안팎 걷히는 데 비해 양도소득세는 아직 세수 증가 효과가 불확실해 정부가 이번에 선뜻 거래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지 못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손익통산이나 손실 이월은 업계에서 희망해왔던 부분”이라면서도 “당장 바뀐 세제가 증권사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이중 과세가 될 수 있는 만큼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기존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에 민감한 듯하다. 전체적인 방향성을 분명히 하려면 거래세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금을 늘리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보완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부동산시장에는 장기 보유자에 대한 특별세액공제가 존재하는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는 장기 투자자들에 대한 혜택이 없다”며 “양도소득세를 확대한다면 그만큼 장기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제 규모가 다른 세목에 비해 높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이자·배당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연간 합산액 2000만원 이하에 대해 14% 분리과세를 한다”며 “2000만원이라는 공제 금액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윤승민 기자 sypark@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