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월29일 서울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현역 국회의원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역구 아파트 월세를 정치후원금 계좌에서 납부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실정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추 후보자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 지적이 나오자 “배우자는 주소지만 대구일 뿐 실제로는 서울에 거주한다”고 해명했는데, 이는 위장전입을 허용하지 않는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3~4년 전부터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등록 고지대상에서 빠진 자녀들의 재산 내역이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추 후보자 부부는 20대 총선을 3개월 앞둔 2016년 1월 대구 달성군의 아파트에 전입 신고해 지금까지 주소지로 등록하고 있다. 추 후보자는 해당 아파트의 월세 4300만원, 관리비 800만원 등 5200만원을 정치자금으로 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국회의원 본인이 의정활동을 위해 임차한 숙소의 임차료 등을 정치자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족이 함께 생활한다면 ‘가계의 지원·보조를 위한 정치자금 지출’로 정치자금법 제2조 제3항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추 후보자 측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배우자가 실제 서울에 거주해 정치자금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해명이 맞다면 주민등록법을 어겼을 소지가 있다. 주민은 전입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주소 등을 각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고 지자체는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관할 구역에 주소나 거소를 가진 사람을 등록해야 한다.

자녀들이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고지를 거부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추 후보자는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장녀(32)와 차녀(29)가 독립생계를 하고 있다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재산등록 고지를 거부했다. 이들의 주민등록지는 추 후보자 부부가 소유한 서울 도곡동 아파트이다. 두 딸이 추 후보자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면 고지거부 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보면 공직자윤리위는 재산등록 의무자 직계비속의 독립생계 유지 여부를 나이, 별도 세대 구성 여부, 직업 유무, 정기적인 소득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추 후보자 측은 “후보자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2016년 선거를 앞두고 부부가 주소지를 대구로 옮긴 후 유지하고 있었는데 주민등록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청문회를 앞두고) 처음 인지했다”면서 “다만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과 같은 악의적인 목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들이 취업한 후 순차적으로 고지거부 신청을 했고 공직자윤리위도 소득 유무를 독립생계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윤승민 기자 hulk@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