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2020 스프링캠프지로 사용하고 있는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 테리 파크 스포츠 콤플렉스. 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역사에서 2020년 스프링캠프는 가장 외풍에 시달렸던 해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스프링캠프 장소 선정부터 진행까지 초국적 이슈에 휘말리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각 구단이 다가올 시즌 어떤 전력을 선보일지보다, 선수단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을지가 더 큰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 각 구단은 스프링캠프 장소 섭외에 온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반일감정이 커졌다. 다음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를 일찍이 정해야하는 구단 입장에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시즌 전 적잖은 구단들이 캠프 전체, 혹은 2차 캠프를 일본 오키나와에서 보내며 자연스레 ‘오키나와 리그’까지 생겨났는데, 치솟는 반일감정에 일본 전지훈련 재검토에 나섰다.

시즌이 끝나고 난 뒤, 대부분의 팀들은 일본이 아닌 미국과 호주, 대만 등으로 전지훈련 장소를 다양화했다. 미국에 SK와 NC, KT, KIA, 한화 등 5개 구단이 모였고 호주에도 두산, LG, 롯데가 집결했다. 지난 시즌 도중 새 캠프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치렀던 고생은 덜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으리란 기대로 새해를 맞았다. 그러나 이번엔 ‘코로나19’ 변수가 떠올랐다.

대만 가오슝에서 훈련 중인 키움 선수들. 키움히어로즈 제공

 

중국 및 중화권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가장 먼저 대만에 캠프를 차린 키움이 우려를 안았다. 중국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등 중국 본토 사람들의 국내 입국이 제한되면서 대만에도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대만이 중국인들의 입국을 강도높게 제한하면서 선수단 내 코로나19 감염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국내 확산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제는 한국인들이 입국 기피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만이 자국에 입국하는 한국인들을 2주 격리하기로 하면서, 일단 한국에 있던 키움 관계자들이 대만 캠프를 방문하지 못하는 사태가 생겼다. 이어 한국과 대만을 오가는 인원이 줄자, 자연스레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줄줄이 결항됐다. 키움은 국내에서 예매했던 항공편이 결항돼 부랴부랴 대체편을 구했지만, 이마저도 취소가 임박하게 돼 아예 국내항공사에 특별 전세기를 요청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훈련중인 두산 선수들. 두산베어스 제공

 

역시 대만에서 2군 캠프를 치르던 두산도 항공편 때문에 난리를 치렀다. 키움과 같은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기로 하면서 당초 오는 16일 마감하려던 2군 캠프 일정을 10일에 마감하는 걸로 바꿨다. 미야자키에서 캠프를 차린 1군도 대만의 경우처럼 항공편이 결항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했다. 캠프 도중에 한국을 오가려던 관계자들도 한국과 미야자키를 오가는 항공편이 수차례 결항되자 일정을 바꿔야 했고, 바꾼 항공편마저 취소되지는 않을까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5일 “한국·중국에서 온 비행기를 (도쿄 인근)나리타·(오사카 인근)간사이 공항에만 착륙하도록 한다”고 발표하며 위기감도 일었지만, 이 조치가 오는 9일부터 시행되면서 8일 출국 예정이던 두산은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 때문에 아예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취소됐다. 호주에 남은 롯데와 미국에 남은 5개 구단은 부랴부랴 캠프 연장을 검토했다.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코로나19 노출 위험성이 더 크고, 연습경기마저 제한됐기에 미국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검토됐다. 결과적으로 롯데와 KIA는 현지에서 연장을 결정했지만, SK, NC, KT와 한화는 예정대로 귀국을 결정했다. 오히려 한화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정된 항공편이 결항돠면서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중인 삼성 선수들. 삼성라이온즈 제공

 

가장 마음고생을 하는 쪽은 삼성일지도 모른다. 삼성은 10개구단 중 계약 등의 문제로 유일하게 일본에서 캠프 전 일정을 소화하는 구단이다. 캠프 장소가 확정됐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도 편치 않았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도 어렵게 됐다. 연고지인 대구 및 경북지역의 확진자가 크게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삼성은 9일 더 일본에 머물기로 했다.

이 상황에서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9일부터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가 나리타·간사이 공항에 내리게 되면, 15일 귀국 예정인 삼성은 오키나와에서 나리타·간사이 공항을 국내선으로 거친 뒤 한국으로 향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키나와는 일본 영토이지만 서울로 바로가는 편이 도쿄를 들러 가는 것보다 거리가 훨씬 짧다. 도쿄나 오사카까지 육로로 이동할 수도 없다. 선수단의 대규모 짐을 적재하고 이동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가뜩이나 대구에 집을 둔 선수들이 가족 걱정에 여념이 없는데 감안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구단들이 손쓸 새 없이 너무 많은 국제적 이슈가 내내 캠프를 괴롭히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