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새 외인투수 라울 알칸타라(왼쪽)와 크리스 프렉센이 지난달 11일 호주 질롱 1차 스프링캠프 도중 대화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일단 팀에는 무난하게 녹아들고 있다. KBO리그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외인 원투펀치는 전임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도 무난히 연착륙했다.

2018~2019년 두산의 외인 선발이었던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는 2년 동안 62승을 기록하는 등 두산의 정규시즌 2연패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공신이었다. 리그 최고 투수가 받는 ‘최동원상’을 2년 연속 수상한 린드블럼의 활약은 두말할 것도 없고, 2018년 다승 1위(18승) 후랭코프는 지난해 부상 탓에 9승(8패)에 그쳤지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하는 등 중요한 순간 제 몫을 해줬다.

마운드에 서면 든든한 존재였지만 이들은 투쟁심이 대단히 강한 투수들이기도 했다. 후랭코프는 경기가 마음에 풀리지 않을 때 마운드에서도 거침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편이었다. 린드블럼도 동료 선수들의 좋은 수비가 나왔을 때 큰 소리로 격려하는 것에서 보듯 결코 차분한 투수는 아니었다. 외인 선수에게 바라는 것은 성품보다는 실력이라지만, 두 선수에게는 동료로 함께 지내기는 까다로운 편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새로이 합류한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프렉센은 조금 다르다. 일단 둘은 나이부터 조금 어리다. 1992년생 알칸타라가 한국 만 나이로 28세, 1994년생 프렉센이 26세다. 2018년 기준으로 30세를 넘겼던 린드블럼-후랭코프와는 조금 다르다. 1990년생 또래들이 팀의 주축을 맡고 있는 두산에서 알칸타라와 프렉센은 후배 축에 분류된다. 자신이 등판하지 않는 연습경기를 치를 때도 각자의 시간을 갖기 보다는 팀 동료들과 함께 모여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단에게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캠프 기간 보이는 성격도 조금 차이가 난다. 두 투수 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편이다. 알칸타라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라틴계 선수임에도 목소리가 차분한 편이다. 팀내 또다른 중남미(쿠바) 출신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와 어울리지만, 주로 말을 걸고 장난을 치는 쪽은 선배인 페르난데스다. 지난해 KT에서 뛰던 알칸타라를 상대해봤던 두산 야수들도 “여느 중남미 투수들과는 조금 달랐다”고 떠올렸다. 마운드 위에서는 시속 150㎞가 넘는 위력적인 공을 뿌리지만 그에 비해 리액션은 크지 않다.

프렉센 역시 아직까지는 점잖다. 큰 덩치와 높은 타점을 자랑하는 프렉센을 두고 두산 포수 박세혁은 “피칭할 때나 연습경기를 치를 때, 집중력있고 굉장히 진지해보였다”고 말했다. 191㎝·113㎏에 이르는 건장한 체구에 높은 타점을 자랑하는 투수이지만 김재호는 “구위는 괜찮은데, 의외로 스피드를 앞세워 윽박지르는 투수는 아닌 것 같다”며 “맞춰잡는 유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프렉센의 경우 2010년대 초중반 두산 에이스였던 더스틴 니퍼트를 연상케한다는 평도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만큼 경기 운영을 조금 더 지켜봐야 그의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마운드에도 섰던 니퍼트와 달리 프렉센은 아직 보여줄게 많은 미완의 대기라는 것이다.

두산 선수단이 입을모아 이야기하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시즌이 시작되며 경기를 치르다보면 선수들의 ‘본 모습’이 나오리라는 것. 이들이 성적이나 성품면에서 모두 기대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지는 뚜껑이 열려야 안다는 얘기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