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알파인스키 활강·스키점프, 가장 두려운 적은 ‘예측불허 날씨’

<b>질주하는 김동우</b>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에 출전하는 김동우가 8일 정선 알파인스키장에서 열린 공식 연습에서 슬로프를 질주하고 있다. 정선 | 연합뉴스

질주하는 김동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에 출전하는 김동우가 8일 정선 알파인스키장에서 열린 공식 연습에서 슬로프를 질주하고 있다. 정선 |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중 가장 화려한 것은 알파인스키 활강과 스키점프다. 활강은 동계올림픽 종목 중 가장 빠른 스피드를 내는 종목이다. 순간 최고 속도가 시속 150㎞를 넘는다. 스키점프는 하늘을 나는 종목이다.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라지힐은 125m를 기준으로 한다. 특별한 도구 없이 스키만을 신은 채 하늘을 난다.

문제는 평창의 추위를 만드는 ‘온도’와 ‘바람’이다. 활강은 ‘온도’를 지배하는 선수가, 스키점프는 ‘바람’을 지배하는 선수가 시상대 맨 위에 오른다.

활강 종목이 열리는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은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다. 8일 이곳에서 남자 활강 공식 연습 레이스가 열렸다. ‘스키 황제’라 불리는 마르셀 히르셔는 믹스드존에서 날씨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지금 날씨는 환상적이다. 아침에는 조금 춥기는 하지만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히르셔는 “지금 기온이 얼마나 되느냐?”고 되물으며 “아마 영하 3도쯤 되는 것 같다. 나 지금 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날씨앱이 알려준 정선군 북평면의 기온은 영하 9도였다.

문제는 추위가 주는 심리적 압박이 아니라 스키 상태다. 기온에 따라 스키 바닥 왁스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조시 벤지 장비 담당 코치는 이날 김동우가 레이스를 마친 뒤 왁스 변경을 언급했다. 이날 정선의 아침 기온은 영하 15도 안팎. 한낮 기온은 영하 2도까지 올랐다. 김동우는 “활강은 왁스가 정말 중요하다. 추위를 예상해 그에 맞는 왁스를 칠했지만 낮에 기온이 올라 끈끈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기온에 따른 설질의 변화에 왁스 상태를 예민하게 맞춰야 한다.

스키점프는 바람과의 싸움이다.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는 길이가 241m, 면적이 4600㎡에 이르는 대형 방풍막이 스키점프대 옆과 뒤를 둘러싸고 있다. 스키점프가 그만큼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스키점프는 경기장 풍속이 초속 5m가 넘으면 경기가 취소되고, 초속 3m만 넘어도 중단된다. 초속 4m의 바람은 지상에서는 센바람이 아니지만, 이 정도 바람이 시속 80㎞가 넘는 속도로 점프대를 뛰어오른 선수의 뒤나 옆으로 불면 심할 경우 비행 중인 선수가 추락할 수도 있다.

온도·바람을 지배하는 자가 ‘스키왕’이 된다


평창 바람은 선수들의 기록에 변수를 줄 수 있다. 점프하는 선수에게 맞바람이 불면, 앞으로 나는 선수에게 생긴 양력으로 몸이 떠올라 더 먼 거리를 뛸 수 있다. 반대로 뒷바람은 선수들이 날 수 있는 시간을 줄여 불리하다. 스키점프에서는 거리와 함께 바람의 영향에 따라 선수들의 점수를 가감한다. 7일 남자 노멀힐 공식 연습에서 첫 번째로 뛴 한국 대표 최서우(36)는 1차 시기 때 맞바람이 불어 6.0점을 감점당했지만, 같은 시기 65명 중 17번째로 뛴 김현기(35·이상 하이원)는 불리한 뒷바람이 불어 6.5점을 추가로 받았다.

평창의 바람은 셀 뿐 아니라 그 방향도 자주 바뀐다. 선수들은 자신의 차례에 맞바람이 불지, 뒷바람이 불지 예상하기가 어려워 그에 맞는 자세 등 대응책을 즉흥적으로 찾아야 한다. 결국 어떤 선수가 변화무쌍한 바람을 잘 이용하는지가 대회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기는 “바람이 방향을 바꿔가며 불면 누가 이번 대회 우승을 할지 알 수 없다”면서 “바람을 잘 이용하는 선수가 우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 이용균·윤승민 기자 noda@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