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헌재 최종변론 7시간 공방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불출석한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국회 소추위원 측은 “대통령과 ‘비선 실세’들이 법과 정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며 박 대통령의 파면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탄핵사유를 정면 반박하고 탄핵심판 절차가 편파·위헌적이라고 맞섰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장은 “재판부는 국가적·사회적 혼란 상태를 조속히 안정시켜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어떤 예단이나 편견 없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올바른 결론을 내겠다. 선고기일은 추후에 지정해 양측에 통보하겠다”며 81일간 이어온 변론을 최종 마무리했다.

■ 국회 “대한민국 가치 도전받아”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최후진술에서 “대한민국의 가치와 질서가 피청구인(박 대통령)과 주변의 비선 실세라는 사람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며 “그들은 권력을 남용하고 특권계급 행세를 하면서 민주주의를 희롱하고 법과 정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비서진과 공무원들이 구속되거나 기소됐는데, 그 사람들이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박 대통령은 비서진과 공무원들의 맹목적 충성을 이용했던 것에 대해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추위원 측 황정근 변호사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한 공무상 비밀 누설, 최순실씨 측근의 고위공무원 임명 등 박 대통령 탄핵사유를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최씨는 유출된 문건을 보면서 정책 방향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고위직 인선이나 국가 정책에 개입했으며 정책 방향을 사익에 맞도록 조정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권력을 민간인 최씨의 개인 의견에 사실상 좌우되도록 (대통령이) 조장·방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추위원 측은 ‘세월호 참사 7시간’에 대한 박 대통령 책임도 강조했다. 이용구 변호사는 “대통령의 잘못은 죽어가는 국민을 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탄핵은 나와 내 가족이 재난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와 대통령이 구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소추위원 측 최후진술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명웅 변호사는 ‘중대한 법 위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법치국가 원리와 민주국가 원리의 기본 원칙을 적극적으로 위반했다”며 “국가조직을 이용해 사익을 충족하고 이를 위한 관권개입을 능동적·계획적으로 실행한 것이며 헌법시스템을 심각하게 훼손한 매우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강조했다.



■ 박 측 “모든 소추사유 근거 없다”

박 대통령 측은 모든 소추사유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측 이동흡 변호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객관적인 조사와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은 소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이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고 결과적으로 측근의 잘못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적·도의적 비난을 받을 정도의 사안”이라며 “이로 인해 헌법질서가 파괴되었다거나, 중대하게 손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최씨가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을 대통령이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탄핵심판이 진행된 원인에 대해 “과장·왜곡된 언론 보도가 시민들의 도덕적 감정을 건드렸고, 촛불을 들면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민심에는 순수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불순한 정치공작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직무유기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사고 날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하고 있어야 하고, 선장은 못 구해도 대통령이 (피해자를) 구할 책임이 있다는 (소추위원 측)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박 대통령에게 ‘7시간 행적’을 밝히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을 밝히라는 재판부의 요구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도 탄핵심판이 ‘편파·위헌 심리’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채명성 변호사는 “재판부는 부동의한 조서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했고, 피청구인이 신청한 증인들의 상당수를 기각해 반대신문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중환 변호사도 “이번 사건의 발단은 태블릿PC에서 시작됐다”며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런 허위, 불법 증거가 탄핵심판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정기승 변호사는 “국회가 증거조사 없이 신문기사와 심증만으로 탄핵소추한 것은 적법절차 위반”이라며 “대통령 탄핵심판은 9명의 재판관 이름으로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성건 변호사는 “탄핵심판의 단초가 된 ‘고영태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하고 관련 증거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변론 재개를 요청했지만 재판부의 응답은 없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