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법, 현대엔지니어링 해고무효 확인 소송 원고 손 들어줘

대법원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기간제 근로계약을 2년 이하로 갱신해서 체결하는 ‘꼼수 계약’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현대엔지니어링 공사현장 감리원 출신 구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04년 7월 구씨를 현장 감리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구씨는 5곳의 공사현장 등에서 감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10차례 넘게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10월 구씨는 사측 요구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재직기간 10년3개월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받았다. 사측이 “더 이상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하자 구씨는 2015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업종 특성상 예외적으로 2년을 초과해서도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사측 손을 들어줬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기간제법)은 계약기간이 2년 이상인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돼있지만 1·2심은 4조1항 단서의 예외조항을 인용했다. 건설공사, 특정 프로그램 개발 등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이 정해진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기간이 2년이 넘어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 있다”며 “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1·2심 재판부가 든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계약이 특정 공사현장 및 기간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1년 단위로 이뤄진 점, 특정 현장에서 감리원 근무를 하지 않았을 때도 회사가 임금을 지급한 점 등을 바탕으로 구씨의 근로에 계속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사용자가 기간제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해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구씨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면서 “원심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 심리·판단하지 않았다”며 파기환송 취지를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장기간 진행되는 공사현장 등에서 이뤄져온 단기 꼼수 계약과 관련돼 재판부가 처음으로 정확히 법리를 낸 것”이라며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