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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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 간부들로부터 1000만원이 넘는 인테리어 공사, 유흥주점 접대를 받고 이들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거나 ‘봐주기’ 수사를 한 전직 보이스피싱 전담 경찰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와 보이스피싱, 성매매업소 운영 등 새로운 범죄행위를 공모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이용일 부장검사)는 18일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범행사실을 알고도 수사하지 않고 이들로부터 인테리어공사비 1340만원을 수수한 혐의(직무유기·뇌물)로 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보이스피싱 전담 경사 임모씨(38)를 지난 16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조직폭력배로부터 보이스피싱 조직 관리 및 교육을 담당하던 간부이자 구리식구파 조직원이던 이모씨(35)를 소개받았다. 지난해 2월부터 이씨는 임씨에게 자신이 가담한 보이스피싱 범행 사실을 알려주는 대신 임씨는 이씨가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수사하기로 했다. 임씨는 이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한 대포통장을 150개에서 5개로 줄이는 등 범행 규모를 축소하거나, 이씨를 익명의 제보자로 조사해 입건되지 않도록 했다. 지난해 9월쯤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콜센터 상담원이 “이씨가 자신을 모집했다”고 이름을 거명하는데도 임씨는 조서에서 이씨의 실명을 적지 않고 ‘아는 언니’ 등으로 허위 기재하는 식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임씨는 이씨를 만나 이같은 수사 진행 상황을 알리며 “문제 안되도록 잘 처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임씨는 이씨가 몸담았던 보이스피싱 총책 홍모씨(35)로부터도 봐주기 수사 등을 명목으로 금픔을 받았다. 홍씨는 이씨와 함께 임씨를 만나 유흥주점에서 15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임씨가 새 집으로 이사할 계획임을 알고 친구 인테리어 업자를 통해 1340만원 상당의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기도 했다.

임씨는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다 매월 수천만원 수익이 생기는 대신 적발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돼 이씨에게 역으로 보이스피싱 사업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평소 알고 지내던 무등록 렌터카업자 김모씨(37)에게 향후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주겠다며 투자금 2000만원을 이씨에게 내도록 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지난해 말부터 1년간의 징역형을 살면서도 옥바라지를 해 주던 이씨와 성매매업소 운영 등 또 다른 범행계획도 모의했다.

검찰은 임씨를 다른 사건 형기가 만료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다시 구속했다. 임씨의 봐주기 수사로 입건되지 않았던 이씨, 유모씨(28) 등은 2013~2015년 보이스피싱 간부급 조직원으로 활동한 혐의(사기 등)가 인정돼 함께 구속기소됐다. 임씨에게 향응을 접대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내 준 보이스피싱 총책 홍씨는 중국으로 도주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한편 인터폴에 수배를 의뢰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