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미네소타에서 뛰었던 테일러 모터. 게티이미지코리아

 

프로야구 키움이 2020시즌 새로이 계약하기로 한 외인 타자 테일러 모터(30)는 전임자인 제리 샌즈(32)와는 많이 다른 유형의 선수다. 샌즈는 미국에서 뛸 때도 일발장타가 있는 유형의 선수로 평가받았고, 2018시즌 중도 합류한 뒤 올해까지 KBO리그 통산 0.574의 높은 장타율로 장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해 장타율 1위 양의지의 기록이 0.574다.

키움은 지난 12일 모터와의 계약사실을 알리며 “파워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컨택 위주의 간결하고 정교한 스윙으로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이 우수하다”라고 평가했다. 모터의 빅리그 통산 장타율은 0.312에 그친다. 올해 마이너리그 더블A 70경기에서의 장타율도 0.343, 출루율도 0.298에 그친다.

키움 관계자도 “모터에게서 샌즈만큼의 파워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샌즈를 뽑는 과정에서 기대했던 바를 모터에게서 똑같이 기대하고 있다. 모터나 샌즈 모두 돈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충분히 뛸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는 점이다.

키움 관계자는 “모터는 2014년부터 우리가 눈여겨보고 있던 선수였다. 2016~2017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갔을 때는 우리가 쉽게 영입할 수 없던 선수”라며 “지난 2년간의 성적이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2018년 경기 도중 공에 얼굴을 맞는 등 부상여파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최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린 윈터리그에서는 그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터의 최근 부진한 성적은 불의의 부상 탓에 그가 가진 잠재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결과라고 키움은 보고 있다.

모터 본인도 안정적으로 출전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으로 한국 무대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 관계자는 “모터가 직접 ‘큰 돈보다는, 야구를 안정적으로 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우리도 생각보다 싼 가격에 모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샌즈 역시 돈보다는 출전 기회를 찾아 한국을 찾았고, 지난해 10만달러, 올해 40만달러에 각각 계약하면서 ‘최고 가성비’ 외인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다른 후보자와의 계약이 무산된 것도 모터를 선택한 또다른 요인이다. 키움은 샌즈와의 재계약 협상이 답보상태에 이르자 모터를 포함한 또 한 명의 선수를 영입 후보군에 올렸다. 또다른 한 명은 외야수로서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여전히 남아있었다고 한다. 키움은 이적료 포함 100만달러 가까운 금액을 준비했으나 미국 구단이 요구하는 이적료가 적지 않았고, 이에 선수가 만족하지 못하면서 협상이 틀어졌다.

중심타선에 당장 힘을 싣지는 못하겠지만, 키움은 모터가 팀의 취약한 자리를 잘 메워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키움 구단은 “내야수비가 정말 좋다.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고 수비 위치 선정, 타구 판단, 포수, 송구는 흠잡을 데 없다”며 “코너 외야 수비도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타력은 떨어졌지만 역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2014년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비니 로티노를 연상케한다. 로티노는 타율 0.306을 기록하면서 외야수뿐 아니라 포수 마스크도 가끔씩 쓰며 화제를 모았다. 로티노의 멀티 포지션은 ‘다재다능함’ 덕분이라기 보다는 굳건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탓이 컸는데, 모터는 자신의 수비 능력을 얼마나 과시하며, 또 얼마나 팀에게 도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