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남아공에 몰리는 추모행렬

ㆍ각국 정상들 직접 조문 나서

ㆍ일본 왕세자도 이례적 참석

지난 5일(현지시간)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추모하는 열기가 남아공을 비롯해 전 세계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만델라가 임종을 맞이한 요하네스버그 자택, 어린 시절을 보낸 이스턴케이프의 쿠누 등지에는 타계 소식이 전해진 5일 이후 추모 인파가 몰리고 있다. 요하네스버그가 속한 가우텡주의 모든 호텔은 숙박시설 예약이 오는 25일분까지 끝났다고 현지 일간 비즈니스데이가 7일 전했다. 요하네스버그 FNB 스타디움에서 10일에 열릴 공식 추모식에는 수용인원 9만5000명을 넘는 추모객이 몰릴 것으로 남아공 대통령실 장관은 전망했다. 이번 추모 기간에 2005년 열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추모식 때만큼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추모 때는 이탈리아 로마에만 30만명이 몰렸고, 10억명이 TV 등으로 추모식을 지켜본 것으로 추산된다. 가디언은 “다른 세계적 인사들보다 만델라의 메시지는 종교적·지리적 장벽을 뛰어넘어 더 널리 퍼졌다”며 만델라 추모식이 다른 추모식들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는 만델라를 위해 5일간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2007년 비폭력불복종운동 100주년 기념축제를 위해 인도 뉴델리를 직접 방문한 만델라는 비폭력운동을 고집했다는 점에서 마하트마 간디와 닮았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미국, 프랑스, 영국 등도 만델라를 애도하며 조기를 게양했다. 세계 각국의 남아공 대사관 앞에도 만델라를 추모하기 위한 꽃들이 쌓이고 있다.

많은 정상급 인사들도 만델라를 직접 조문하기 위해 남아공을 찾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내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편으로 10일 열릴 추모식에 참석한다고 백악관이 7일 밝혔다. 만델라와 절친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내외,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찰스 왕세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도 남아공으로 향한다. 일본에선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 추모식에 참석한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일본 왕세자가 해외 왕실과 무관한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아일랜드 출신 록밴드 U2의 리드보컬 보노 등도 남아공 현지 추모 물결에 합류할 뜻을 밝혔다.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호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남아공 군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델라가 세상을 뜬 5일부터 국경 및 영공 경비를 강화했다. 남아공 국영 SAPA통신은 7일부로 모든 군 장병들의 휴가도 통제됐다고 보도했다. 만델라 시신이 15일 안치될 쿠누 고향집 주변에는 군병력과 경찰이 배치됐다. 프리토리아 정부청사 유니언 빌딩 인근 도로도 만델라 시신이 일반인에게 공개될 11~13일까지는 통제된다. 시신을 직접 보러 공개 장소를 찾는 일반인들은 카메라 및 휴대전화를 가져갈 수 없다.

한편 추모 기간임에도 스포츠 경기는 멈추지 않고 진행됐다. 7일 열린 국제럭비위원회(IRB) ‘7인제 시리즈’ 경기에서는 남아공 럭비 국가대표 선수들의 득점 때마다 관중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의 내용처럼 만델라가 스포츠를 통해 인종 간 통합을 이룰 수 있었기에 스포츠 경기는 오히려 국민들이 만델라를 기리는 수단이 되고 있다. 피킬리 음바룰라 남아공 체육장관은 “장례식이 예정된 15일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는 계속 진행되며, 축구·럭비·크리켓 등 모든 국내 경기는 남아공 국가를 5개 국어로 부르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AP통신에 설명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