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하나 등 국내 금융사들, 아마존 물류센터에 대규모 투자코로나19로 ‘비대면·전자상거래 일상화’에 임대료 투자 수익 기대아마존, 은행·증권·보험 중개 넘어 금융업 확장 땐 ‘무서운 경쟁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존재감이 금융권에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과 전자상거래가 일상이 되자 수익을 노리고 아마존 물류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이 금융 부문에 진출할 경우 기존 시장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1일 미국 인디애나,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 3곳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16호’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28일까지 KB국민은행, 미래에셋대우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이 펀드의 자금 모집 규모는 965억원이다. 미래에셋은 이 펀드의 투자 대상인 물류센터 3곳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난달 선정됐다. 펀드 투자금을 포함해 총 18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와 이지스자산운용도 미국 델라웨어에 건설 중인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 일본 최대 아마존 물류센터에 1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0%를 인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만들어 연내 국내에 상장할 계획이다.

아마존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금융사나 투자자들도 아마존 물류센터에 주목하고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대형 물류사들은 물류센터를 직접 소유하기보다는 임차해 사용하는데, 물류센터 지분을 소유한 금융사는 아마존이 내는 임대료를 수익으로 챙기고 펀드 및 리츠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아마존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 기대수익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아마존은 금융업계의 잠재적 경쟁자이다. 아마존처럼 대형 비대면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이 금융권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고객과 입점업체의 방대한 데이터와 기존 금융회사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현금·포인트 예치 및 대출, 보험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는 금융업 인가를 받지 않는 대신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 세계 은행, 증권, 보험상품을 아마존이 중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은행보다 높은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은행을 설립하는 등 금융서비스를 더욱 확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존 금융권의 위기감은 커진다. 현재 네이버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도 업권 인가를 피하는 대신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제3차 디지털금융협의회’에서 “금융사와 빅테크 간 시장질서 이슈에 대해 논의 일정을 구체화하고 체계적인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