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경찰특공대 대테러 시범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경찰특공대 대테러 시범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제72회 경찰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의지를 재확인하며 ‘내년’이라는 시기와 ‘중립기구’라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주목된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을 통과시킨 후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공수처 설치와 함께 수사기관 개혁 관련 문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28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도 “공수처 신설과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을 빠른 시일 내에 이뤄내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내년’이란 시점을 특정했다. 이는 일단 국회의원 발의안,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 법무부의 자체안 등 이미 밑그림이 나온 공수처설치부터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 후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또 “(검·경) 두 기관이 자율적인 합의를 도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검·경의 자율적 합의가 실패할 경우 검·경 외부의 인사들로 구성된 기구를 통해 종결을 짓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 검·경에만 맡기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시간만 끈 경험을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두 기관이 결론을 못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두 기관에만 맡기지 않고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기구에서 강제적으로 결론을 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반드시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한 수사에서 사법경찰관이 수사 착수와 함께 종결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검찰은 기소권을 가진 검사의 수사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비대화에 대한 대책으로 거론되는 자치경찰제도 언급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 도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이미 12년째 시행 중인 제주자치경찰의 사례를 거울 삼아 보다 완벽한 자치경찰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의날 기념식은 지난해 촛불집회의 주무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더구나 경찰의날 기념식이 야외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행사를 통해 경찰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주요 다른 선진국보다 턱없이 적은 인력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여러분의 노고에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정과제에 포함된 경찰인력 2만명 증원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 허용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15일 독일의 에베르트 재단이 촛불시민을 2017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을 언급하며 “이 상이 촛불시민에게만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반 년에 걸쳐 170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민행동이었지만 단 한 건의 폭력도 단 한 명의 체포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데는 성숙한 국민의식과 함께 평화적으로 집회를 관리한 경찰 여러분의 노력도 컸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찰의 혁신도 주문했다. 그는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며 “경찰의 눈과 귀가 향할 곳은 청와대나 아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과거의 잘못과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이 스스로 경찰개혁위원회와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킨 의미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경찰 스스로 경찰의 명예를 드높이는 계기로 만들기 바란다”며 “지난날 법 집행 과정에서 있었던 위법한 경찰력 행사와 부당한 인권침해에 대해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철성 경찰청장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수사구조를 만들겠다”며 “주민친화적 자치경찰제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촛불의 열기가 뜨거웠던 이곳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의날을 기념하게 돼 참으로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기념식에 앞서 광화문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참배했다.

이날 기념식 축하공연으로 경찰교향악단·서울지방경찰청 악대·경찰국악대가 1970~1980년대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 주제곡을 편곡해 연주했다. <수사반장>의 주인공 탤런트 최불암씨도 무대에 올라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 마동석씨와 이상업 전 경찰대학장의 딸인 배우 이하늬씨는 이날 명예경찰로 위촉됐다. 경찰관 1485명에 대한 정부포상 시상식도 열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