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11월 54% 늘어 ‘증가율 최고’

올해 3만가구대를 유지하던 미분양 주택이 11월 들어 5만가구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 10~11월 수도권에서 밀어내기식 대규모 분양이 이뤄진 데 따른 일시적 수급불일치로 보이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전달에 비해 1만7503가구(54.3%) 늘어난 4만9724가구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전달 대비 증가율은 역대 최대치다.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 것은 최근 건설사들의 분양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분양 물량은 8만4000가구, 11월은 7만3000가구로 2007년 통계 집계 이후 월별 실적으로 각각 1·2위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 쏟아진 분양 물량이 미분양 주택수를 늘렸다. 경기 용인시는 11월 미분양 주택수가 전달보다 4236가구 늘었고, 김포시(986가구), 파주시(971가구), 남양주시(912가구) 등도 미분양이 급증했다.

미분양 급증은 예견돼 왔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힘입어 건설사들이 대거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올해 전체 분양 물량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급등한 51만여가구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최근 공급과잉 우려가 높아졌고, 미국의 금리 인상과 내년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이 겹치며 주택시장 침체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대림산업 제공





ㆍ수도권, 전달보다 70% 급증…급속한 공급 과잉에 수요와 괴리
ㆍ담보대출 심사 강화, 미국발 금리 상승 등 겹쳐 주택시장 급랭

주택 미분양 물량 급증, 신규 청약과 매매거래 급감 등 최근 주택시장의 급랭 징후가 곳곳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주택시장이 올 한 해 훈풍을 타면서 건설업체들이 대규모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데다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미국발 금리 상승 등 외부 요건이 악화되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요·공급 간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청약 접수를 마친 수도권 아파트의 3분의 1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 중 수도권 물량은 2만6578가구다. 전달보다 70.6% 급증한 수치로, 2만8109가구를 기록한 경기도의 상승률(74.3%)이 높았다.



경기도의 미분양 급증은 지난 10~11월 집중됐던 대규모 분양에서 기인한다. 단일 아파트 단지 최대 분양 기록(6725가구)을 경신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를 비롯해 파주 운정지구, 김포 한강신도시 등에서 대규모 분양이 이어졌다. 대규모 분양이 있던 곳은 여지없이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었다. 이미 10월 경기도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던 용인시(3920가구)는 한 달 만에 배가 넘는 8156가구의 미분양을 기록했다. 김포는 지난 9월 238가구에 불과하던 미분양 물량이 두 달 만에 2994가구로 12배 급증했다. 

연말 들어 주택시장에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주택담보대출 요건이 강화되는 내년이 되기 전에 최대한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밀어내기식 분양에 나섰다. 

실제 올해 인허가를 받은 주택 중 66.7%가 착공됐다. 2011년 44.6%, 2013년 50.1% 등 예년에 비해 높은 수치다. 반면 수요자들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거래 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가 엇박자를 보이다 보니 주택시장의 급랭 현상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청약 접수를 마친 수도권 아파트 단지 28곳 중 3분의 1이 넘는 11곳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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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거래도 줄었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483건으로, 2013년 12월 거래량(7346건)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 강남권의 핵심 재건축 단지인 개포 주공·시영 아파트 단지는 이달 초 이후 매매거래가 전무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시장에서 소화 불량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 관측되는 징후들만큼 실제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질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11월은 주택시장 비수기라 수요가 많지 않은 만큼 미분양 상승분이 상대적으로 돋보였을 수 있고, 미분양 물량이 과거 평균인 7만1000가구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외곽이 아닌 서울은 여전히 주택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11월 서울지역 주택 미분양 물량은 경기도와 달리 전달 대비 8.7% 감소했다.

결국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와 물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내년도 주택시장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미분양 급증은 건설사들에 확실한 ‘시그널’이 됐을 것으로 본다”며 “건설사들이 현명하게 주택시장을 파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